물고기 하늘길, 전시행정이 남긴 22억의 교훈
2026년 3월 31일, 지역 일간지에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22억 투입 화천 물고기 하늘길 12년째 방치.’ 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그러나 기사가 담지 못한 진실이 있습니다.
왜 이 시설이 탄생했고, 또 왜 멈춰야 했으며, 지금 우리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입니다. 단순히 현 군정의 방치로 귀결되어서는 안 될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 지방행정이 반복해 온 전시행정의 구조적 병폐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사례입니다.
물고기 하늘길 탄생 배경
화천댐은 1943년 일제강점기에 건설됐습니다. 북한강 최상류에 세워진 이 댐은 이후 수십 년간 하천의 연속성을 단절시켰습니다. 댐 아래와 댐 위 파로호 사이를 오가는 물고기의 이동이 원천 봉쇄된 채 60여 년이 흘렀습니다. 생태계 단절의 문제의식은 그 자체로 정당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해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습니다.
2007년, 제37대 정갑철 화천군정은 ‘물고기 기차’라는 이름의 획기적인 구상을 발표했습니다. 처음에는 물고기 기차, 이후 인공어도로 시설명이 바뀌었다가, 고 이외수 소설가의 작명으로 최종적으로 ‘물고기 하늘길’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총 22억5,900만 원이 투입됐으며, 총 길이 1,043m의 모노레일과 어도 시설이 화천댐 하류에서 상류 파로호까지 연결됐습니다. 2007년 12월 준공, 2008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이 시설의 원리는 독창적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인공어도는 콘크리트 수로를 통해 물고기가 물살을 거슬러 자연스럽게 상류로 오르도록 설계됩니다. 그러나 화천의 물고기 하늘길은 달랐습니다.
하류에 봇도랑 형태의 집어 구조물을 설치해 물을 흘리고, 그 물줄기에 유인된 물고기를 집어기에 담아 모노레일 수조에 실은 뒤, 레일을 타고 댐 정상까지 끌어올려 파로호에 방류하는 방식입니다. 발상은 참신했고,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물고기가 기차를 타고 하늘을 난다는 스토리는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도 제격이었습니다.
가동 첫해부터 드러난 구조적 결함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준공 직후인 2008년 6월, 본격 가동에 앞서 고장이 났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댐 상류로 이동하지 못한 채 시설이 멈춰섰습니다.
당시 군 관계자는 ‘1마리의 물고기라도 상류로 올려 보낼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 발언 자체가 이미 이 사업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2008년 7월에는 집중호우로 연결관이 고장나 또다시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이후에도 겨울철 결빙과 장마철 반복 고장이 이어졌습니다. 2013년 약 1,600마리, 2014년 약 600마리로 이동 실적이 급감했고, 전기료와 유지관리비 등 연간 수백만 원의 비용이 지속적으로 지출됐습니다. 결국 2015년 10월, 시설 노후화를 이유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12년이 흘렀습니다.
이 시설이 실패한 근본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하천 생태에 대한 기초적 이해 부족입니다. 뱀장어, 잉어, 붕어처럼 어도를 통해 이동해야 할 큰 물고기들은 수심과 유속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수조에 담겨 레일을 타고 끌려 올라가는 방식은 이들의 본능적 이동 습성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동이 확인된 것은 피라미, 꺽지, 버들치 등 소형 어종에 불과했습니다. 생태계 복원이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결과는 피라미 몇 마리를 실어 나르는 데 그쳤던 것입니다.
둘째, 입지 선정의 근본적 오류입니다. 화천댐 아래 북한강 구간은 자갈로 형성된 하상 구조 특성상 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복류 구간입니다. 장마철 방류 시기를 제외하면 연중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건천(乾川)입니다.
이런 지점에 물 흐름에 의존하는 집어 구조물을 설치한다는 것은, 물 없는 수도꼭지를 다는 것과 같습니다. 심지어 이 문제는 설치 당시 군의원들이 이미 지적한 사항이었습니다.
당시 모 군의원은 ‘물고기들이 댐 상류로 오르려고 정류장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발상도 기발하지만, 무엇보다 평상시 댐 하류 지점의 하천 물이 연중 말라 있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경고는 묵살됐습니다.

전시행정의 전형, 국비니까 괜찮다는 착각
이 사업의 실패를 논할 때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국비로 설치했으니 지방비 낭비는 아니다’는 안이한 시각입니다. 총 사업비 22억5,900만 원 중 상당액이 국비로 충당됐다는 사실이 지역 행정가들의 무감각한 태도를 낳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국비 역시 국민의 세금입니다. 중앙정부의 공모사업에 무리하게 선정되기 위해 타당성보다 아이디어의 참신성을 앞세웠던 행태, 그리고 일단 선정되고 나면 실현 가능성 검증보다 집행 속도를 중시했던 관행이 이 사태의 뿌리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사후 비용입니다. 시설이 가동된 7~8년 동안 연간 수천만 원의 전기료, 유지보수비,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투입됐습니다. 가동 중단 이후에도 시설은 방치 상태로 경관을 훼손하고 있으며, 안전 관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12년이 흐르는 동안 모노레일 사이에는 나무가 자랐습니다. 고철과 녹슨 레일, 그리고 방치된 수조가 화천댐 입구의 풍경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이제 철거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여기서도 또 다른 벽에 부딪혔습니다. 보조금이 투입된 시설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처분 제한 기간이 적용됩니다. 이 인공어도의 처분 제한 기간은 무려 40년입니다. 기간 내 철거 시 잔여 기간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반환해야 할 부담이 생깁니다.
화천군이 추산한 철거 및 원상복구 비용은 약 9억 원 수준입니다. 설치에 22억, 운영에 수억, 철거에 9억. 이것이 사전 검증 없는 전시행정이 납세자에게 청구하는 최종 청구서입니다.
현 군정의 선택, 멈춤의 진짜 이유
이 맥락에서 최문순 화천군정의 판단을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기사 제목만 보면 현 군정이 22억짜리 시설을 방치한 것처럼 읽힙니다. 그러나 실상은 다릅니다. 현 군정은 실효성이 사실상 없는 시설을 억지로 운영하는 전시행정의 악순환을 끊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습니다. 피라미 몇 마리를 위한 모노레일을 억지로 가동하며 예산을 계속 투입할 것인가, 아니면 그 예산을 파로호 치어 방류 확대와 주민 복지에 투자할 것인가 입니다. 군정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이것이 이 시설이 12년째 멈춰 있는 진짜 이유입니다.

출구는 있는가, 현실적인 해법 모색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현실적인 출구 전략입니다.
첫째, 40년 처분 제한 규정의 예외 적용 또는 완화를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조웅희 화천군의회 의원이 강조한 대로, 사실상 기능이 상실된 시설에 대해 잔여 보조금 반환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행정의 합리성을 해칩니다. 국회와 정부가 나서 유사 사례에 대한 처분 제한 특례 규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철거비 9억 원의 재원 조달 방안을 군 단독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 시설은 국가 공모사업으로 시작됐습니다. 사업 실패의 책임도 중앙과 지방이 함께 져야 합니다. 환경부 등 관련 부처 차원에서 생태시설 오류 사례에 대한 사후처리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셋째, 단기적으로는 최소한의 안전 조치와 경관 개선이 필요합니다. 철거가 수년 후의 일이 된다면, 그때까지 무작정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위험 구조물 안전 관리와 모노레일 구간 정비 등 최소한의 관리를 병행해야 합니다.
넷째, 파로호 수생태계 복원은 더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모노레일 어도가 실패했다고 해서 북한강 수계 생태 복원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치어 방류 확대, 수생태 모니터링 강화 등의 대안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이 상황이 우리에게 남기는 교훈
화천 물고기 하늘길은 단순한 지역 행정의 실패담이 아닙니다. 이 사안은 한국 지방행정이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전시행정의 병폐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과학적 타당성 검증을 건너뛰고 예산으로 직행하는 관행, 국비라는 이유로 사전 검토가 느슨해지는 문화, 일단 설치하고 나면 실패를 인정하기 어려운 행정의 관성, 그리고 무용한 시설을 폐기하지 못하게 하는 경직된 보조금 규정까지. 이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22억의 혈세가 고철로 전락하는 과정을 만들어냈습니다.
언론은 12년 방치를 현 군정의 무능으로 단순화하고 싶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더 복잡합니다. 씨앗은 이전 군정에서 뿌려졌고, 싹이 트기도 전에 이미 흉작이 예고됐으며, 현 군정은 그 실패의 유산을 떠안은 채 가장 덜 나쁜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제도 개선입니다. 공모사업 타당성 평가 강화, 전문가 현장 검증 의무화, 실패한 보조금 사업에 대한 사후 처리 특례 제도 마련, 그리고 ‘좋아 보이는 것’보다 ‘효과 있는 것’을 선택하는 행정 문화의 전환. 물고기 하늘길이 녹슨 고철로 남아 있는 한, 이 교훈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