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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일방적 유해발굴 재개’가 진정한 평화인가?

2025년 10월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기호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결정한 비무장지대(DMZ) 내 유해발굴 재개를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이견을 넘어선, 우리 안보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유해발굴이라는 인도적 명분 뒤에 숨어 있는 군사적 공백, 그에 대한 준비 없는 일방적 조치가 국가 안보에 어떤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한기호 국회의원의 ‘이재명 정부의 DMZ 내 유해발굴 재개 입장’에 대한 논평입니다.

유해발굴
한기호 국회의원

유해발굴, 그 숭고한 목적과 실천의 괴리

유해발굴은 분명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6·25전쟁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실종자를 남겼고, 그 가족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가족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고, 역사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유해발굴은 국가의 도리이자 의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방식에 있습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추진된 DMZ 내 유해공동발굴 사업은 북한과의 합의에 기반을 둔 상호 조치였습니다. 당시 대한민국 군은 화살머리고지 일대에 진입로를 정비하고 지뢰 655발을 제거하는 등,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단 한 번도 현장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삽 한 번 뜨지 않았고, 단 한 발의 지뢰도 제거하지 않았습니다. 약속은 일방적으로 지켜졌고, 그 대가로 얻은 것은 허탈감뿐이었습니다.

다시 열리는 DMZ, 북한은 여전히 침묵

2025년, 이재명 정부는 DMZ 내 유해발굴을 ‘남북 합의 없는’ 우리 측 단독 결정으로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배경에는 인도적 접근, 전사자에 대한 예우, 평화 정착 의지 등의 이유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반응입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참여 의사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만 문을 여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컨대, 화살머리고지 일대는 군사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지역입니다. 군사분계선(MDL)에 인접한 이곳은 전략적 요충지로, 단순한 발굴이 아니라 사실상 작전 공간을 민간화하는 조치와 다르지 않습니다.

발굴을 위해 도로를 개설하고, 지뢰를 제거하며, 경계를 느슨하게 만드는 것은 실질적으로 ‘군사적 완충지대’를 스스로 허물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북한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동시에 우리 군의 작전 능력에도 큰 차질을 줄 수 있습니다.

‘자해적 평화’가 아닌 ‘억제력 있는 안보’가 먼저

한기호 의원의 발언 중 “국가 안보를 북한의 선의에 맡기겠다는 것”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수사적 비판이 아닙니다. 이는 실제로 대한민국이 지난 수년 간 겪었던 안보 불균형의 반복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 DMZ 유해발굴 작업 중 한 민간 작업자가 부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북한은 아무런 협조도 없이 우리 측의 활동을 관망했습니다. 유해를 찾기 위해 우리 군은 위험을 무릅쓰고 작업을 계속했지만, 이 일방적 시도는 전혀 의미 있는 남북 협력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020년에는 북한군이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총격 후 시신을 불태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인도적 관점에서 협력을 주장하던 그들은 인도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경험하고도, 또다시 “북한의 변화된 태도”를 기대하며 스스로 무장 해제를 하는 것은 ‘자해적 평화’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평화는 ‘선의’에 기댈 때가 아니라, ‘억제력’이 있을 때 유지됩니다. 우리가 안보를 허무는 순간, 상대는 그것을 기회로 삼습니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해 왔습니다.

백마고지, 이름만 남은 ‘성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백마고지는 6.26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였으며, 단 10일 만에 12번이나 주인이 바뀐 격전지입니다. 제9사단 장병들은 단 한 치의 땅을 지키기 위해 수천 명의 전우를 잃었습니다. 그들은 조국과 자유를 위해 피를 흘렸고, 그 고지는 지금도 군인정신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조치는 그 백마고지 정신에 대한 모독이자 배반에 가깝습니다. 아무런 합의도, 안전 보장도, 군사 대비도 없이 일방적인 비무장화 작업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그 고지를 지킨 이들의 희생을 잊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습니다.

대비 없는 ‘희생’은 이제 멈춰야 한다

현재까지 정부와 군은 이번 유해발굴 재개와 관련하여 명확한 거부계획(북한의 도발 시 대응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의 미비가 아니라, 우리 안보 전략의 기조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군사작전에서는 ‘최소한의 대비’가 생존을 좌우합니다. 대비 없는 낙관은 곧 참사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많은 전략가들은 “설마 전면전까지야”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대비 없는 평화 기대는 한 나라의 수도가 포위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우리의 DMZ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해발굴을 빌미로 경계태세가 약화된 순간, 상대가 오판한다면 우리는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성적인 평화를 추구하라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이성적인 평화’입니다. 감성적인 접근이 아니라, 실질적 평화와 안보의 균형을 맞춘 전략이 필요합니다. 유해발굴은 지속되어야 하되, 군사적 대비태세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확실한 북측의 동의를 이끌어낸 뒤 진행되어야 합니다.

백마고지에서 흘린 피가 헛되지 않도록, 정부는 ‘유해발굴 재개’라는 결정에 앞서 다음과 같은 조치를 선행해야 합니다.

  1. 북측과의 명확한 재합의 도출
  2. 거부계획 및 유사시 대응전략 수립
  3. 군사적 위험 요소(지뢰 등)에 대한 안전한 제거와 재무장 계획 수립
  4. 민간 전문가와 군이 공동 참여하는 투명한 절차 설계

마무리, 평화를 위한 책임 있는 용기

평화는 말로 얻어지지 않습니다. 평화를 위한 진짜 용기는 군사적 억제력과 신중한 판단에서 나옵니다. 단 한 명의 유해라도 고향으로 모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유해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됩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백마고지의 함성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내려야 할 결정이 ‘무엇이 국민을 지키는 길인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DMZ 내 유해발굴 재개에 대한 입장] –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 국방위원회 한기호 위원입니다.

저는 오늘 이재명 정부의 DMZ 내 유해발굴 재개 결정에 대해 깊은 우려와 함께 강력히 규탄합니다.

과거 DMZ 유해발굴은
2018년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추진되었습니다.

이에 당시 軍은 이차선 쇠석 도로까지 깔아놓으며
유해발굴을 추진했고,
화살머리고지와 백마고지 일대에서무려 655발의 지뢰를 제거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단 한 번의 삽질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뢰를 제거한 것도, 유해를 발굴한 것도,
약속을 지킨 것도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만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도둑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민 여러분, 백마고지는 6·25 전쟁 당시
12번이나 주인이 바뀔 정도로 치열한 격전지였습니다.

수많은 장병들이 목숨을 걸고 고지를 사수했던 이유는
단 하나, 조국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숭고한 희생으로 지켜낸 고지를,
지금 우리가 스스로 내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담할 따름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유해발굴 재개가
남북 합의조차 없는 우리 측의 일방적 결정이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군사적 긴장 완화도 아니고, 남북 협력도 아닙니다.
그저 스스로 안보를 허무는 굴종적이고
자해적인 선택일 뿐입니다.

이런 무책임한 조치는 북한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뿐 아니라,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안보는 말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를 대비한 확고한 거부계획이 필요합니다. 교량과 주요 진입로를 통제해 敵의 진격을 차단할
실질적 준비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와 군은 거부계획조차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유해발굴을 재개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곧 우리 안보를 북한의 선의에 맡기겠다는 것이며,
국가의 책임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이 일방적 유해발굴 재개 계획은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하며, 철저한 거부계획과 안보 대비태세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백마고지를 지켜낸 선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보의 기본 원칙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부와 軍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진짜 안보이고,
무엇이 국민을 지키는 길인지, 똑똑히 명심하길 바랍니다.

  1. 10. 15. 국회 국방위원회 한기호 위원 【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