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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축제장, 얼음구멍에서 건져 올린 것은 휴대폰만이 아니었다

화천 산천어축제장에서 한 관광객이 겪은 ‘휴대폰을 얼음 구멍에 빠뜨린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얼음구멍 아래로 사라진 휴대폰을 다시 끌어올리는 30분의 시간 속에는, 요즘 우리가 자주 잊고 사는 ‘사람의 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산천어축제장 도우미 이재용 씨 이야기

몇 시간의 기다림 끝에 산천어를 낚아 올린 관광객 A 씨는 그 기쁨을 친구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영상을 남기고, 이 특별한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쁨은 방심을 낳았고, 방심은 차가운 얼음구멍 속으로 휴대폰을 떨어뜨렸습니다. 미끄러지듯 사라진 휴대폰을 바라보며 A 씨가 느꼈을 망연자실함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됩니다.

그때 등장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산천어축제장 한켠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낚시 도우미’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올해로 4년째 같은 자리를 지켜온 이재용 씨(73)는 이미 수십 번 비슷한 상황을 마주해 온 사람입니다.
관광객들의 웃음과 탄식, 기쁨과 실망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사람. 그는 주저하지 않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얼음 위에 엎드린 채, 차가운 물속을 들여다보며 긴 막대와 뜰채를 조심스레 움직였습니다.

산천어축제장 이재용 씨 이미지

한 번, 두 번, 세 번. 쉽지 않았습니다. 얼음 아래 4미터 깊이의 물속에서 작은 사각형 하나를 찾아 건져 올리는 일은 생각보다 고된 싸움이었습니다.

그러나 네 번째 시도 끝에 “어, 왔다”는 짧은 외침과 함께 뜰채가 올라왔고, 그 안에는 모두가 기다리던 휴대폰이 담겨 있었습니다. 얼음판 위에는 다시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그 순간, 박수와 환호는 산천어를 낚았을 때보다 더 컸을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휴대폰을 건네준 낚시 이재용 씨는 감사 인사를 받을 새도 없이 자리를 떴습니다. 사례는 정중히 사양했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의 호의마저 거절했습니다.

“이런 일 자주 있다”는 말과 함께 “얼른 가서 휴대폰 말리라”는 당부만 남겼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큰 불행이 될 수 있었던 일을, 그저 ‘당연한 일’처럼 처리하고 돌아서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재용 씨가 직접 만든 장비들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낚싯대에 엮은 갈고리, 옷걸이 철사와 양파망으로 만든 뜰채. 그러나 그 소박한 도구들에는 한 가지 분명한 목적이 담겨 있었습니다.

멀리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화천을 찾은 사람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씁쓸한 기억을 안고 돌아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해마다 20~30대의 휴대폰, 때로는 안경까지 건져 올리는 그 손길은 기술이 아니라 배려에서 나옵니다.

결론

요즘 우리는 ‘친절’이라는 말을 쉽게 쓰지 않습니다. 각자의 삶이 바쁘고, 남의 일에 개입하는 것은 때로 부담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화천 산천어축제장의 얼음 위에서 벌어진 이 30분의 사투는 분명히 말해줍니다. 지역의 진짜 경쟁력은 시설이나 규모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얼음구멍에서 건져 올린 것은 휴대폰 하나였지만, 그 속에서 함께 떠오른 것은 화천이라는 지역이 지켜온 마음, 그리고 우리가 아직 서로에게 기대도 괜찮다는 작은 확신이었습니다.

산천어축제가 해마다 기록을 새로 쓰는 이유는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차가운 겨울 한복판에서, 사람의 손이 가장 따뜻한 기억을 건져 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