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군 선등거리, 세계 최대 축복의 도시
지난 12월20일, 2025년 화천 산천어등(燈) 선등거리 점등식이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선등거리 의미를 조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시는 저마다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를 갖고 있습니다. 어떤 도시는 숫자로 말하고, 어떤 도시는 건물로 말합니다. 그러나 화천은 빛으로 말하는 도시입니다.
2025년 12월 20일 저녁, 화천읍 중앙로에 켜진 선등거리의 불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 도시가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또렷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선언이었습니다.
산천어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선등거리 점등식은 이제 화천 겨울의 연례행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선등거리는 유독 각별합니다. 수만 개의 산천어등 하나하나에 지난 1년간 지역 어르신들의 손길과 시간이 스며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어르신들이 공방에 모여 등을 만들고, 색을 고르고, 철사를 엮고, 다시 손질하는 그 반복의 시간은 곧 화천이라는 공동체가 스스로를 단단하게 묶어온 과정이었습니다.
선등거리를 밝히는 이 불빛은 외부 용역으로 만들어진 ‘행사용 장치’가 아닙니다. 화천 주민, 그중에서도 어르신들이 주체가 되어 만든 결과물입니다. 그래서인지 선등거리는 화려하지만 가볍지 않고, 아름답지만 얕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에서 정월대보름까지, 화천이 밝히는 축복의 시간
선등거리의 진짜 힘은 점등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의 시간에 있습니다. 2025년 12월 20일에 켜진 이 불빛은 크리스마스를 지나 새해 첫날인 1월 1일을 밝히고, 겨울철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리는 화천산천어축제 기간을 관통한 뒤, 한국 고유의 최고 명절인 설날을 지나 정월대보름까지 이어집니다.
이 거리는 서양의 종교적 축복과 동양의 민속적 기원이 겹쳐집니다. 크리스마스의 축복, 새해의 다짐, 설날의 가족 공동체, 정월대보름의 안녕과 풍요에 대한 염원이 산천어등 아래에서 하나의 서사로 연결됩니다.
세계와 한국의 시간이 한 도시에 포개지는 풍경, 이것이 바로 화천이 만들어낸 축제의 깊이입니다. 축제는 하루 이틀의 이벤트가 아니라, 시간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화천은 이 시간을 매우 정교하게 설계해왔던 것 같습니다. 선등거리는 그 설계의 시작점이자, 방문객에게 ‘이 도시에 얼마든지 더 머물러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는 장치입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넘어, 체류형 관광의 완성
화천산천어축제는 이미 세계가 인정한 겨울축제입니다. ‘겨울철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이름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짜 성과는 명성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명성이 지역의 삶으로 얼마나 스며드느냐에 있습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선등거리는 산천어축제를 ‘당일치기 행사’에서 ‘체류형 축제’로 전환시키는 핵심 인프라로 만들었습니다.
낮에는 얼음낚시와 각종 체험 프로그램, 밤에는 선등거리와 실내얼음조각광장이 기다리는 구조 속에서 관광객은 자연스럽게 하룻밤을 더 머물게 됩니다.
1박은 숙박으로, 저녁은 식당으로, 여유는 지역 상권으로 연결됩니다. 불빛은 감탄으로 끝나지 않고, 소비와 고용으로 이어집니다.

숙박-무료낚시 제도, 화천형 체류경제의 설계도
이 체류형 구조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정책이 바로 2015년 최문순 화천군수가 구상한 ‘숙박-무료낚시’ 제도입니다. 이는 단순한 할인이나 이벤트가 아니다. 관광객의 선택을 지역경제로 연결시키는 정교한 유인 장치입니다.
축제 기간 화천군 외 지역에서 방문한 관광객이 화천군 관내 등록 숙박업소를 이용하고, 숙박 영수증 또는 숙박 확인증을 발급받으면 무료 얼음낚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건은 명확합니다. 숙박업체의 주소지가 반드시 화천군이어야 하며, 낚시터 이용 시에는 숙박 영수증과 신분증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머물수록 돌아오는 혜택’입니다. 평일(월~금)에는 주간 얼음낚시, 야간 얼음낚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주말(토·일)에는 야간 얼음낚시가 제공됩니다. 이는 혼잡도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야간 체류와 소비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이용 절차 또한 관광객 중심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숙박 영수증이나 숙박 확인증과 신분증을 지참해 얼음낚시 접수처를 방문하면 되고, 사전 예약이나 계좌이체 등으로 영수증을 바로 제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축제장 종합안내센터에서 숙박 이용 증명서를 발급받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한 행정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숙박 금액별 인센티브 구조입니다. 숙박비가 10만 원 미만일 경우 얼음낚시 이용권 최대 2매, 10만 원 이상 15만 원 미만일 경우 최대 4매, 15만 원 이상일 경우 최대 6매까지 제공됩니다. 숙박비가 높아질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는 자연스럽게 체류 기간 연장과 가족·단체 방문을 유도합니다.
이는 관광객에게는 체감형 혜택을, 지역에는 실질적인 매출 증가를 안겨주는 ‘상생 설계’입니다. 무료낚시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그 수익은 숙박업·음식업·소상공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어르신이 만든 콘텐츠, 가장 현대적인 지역정책
이번 선등거리를 가장 빛나게 하는 주인공은 단연 지역 어르신들입니다. 지난 1년간 산천어등을 제작한 이들은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화천 축제의 공동 제작자였습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많은 지역이 어르신을 복지의 대상, 보호의 대상으로만 인식합니다. 그러나 화천은 달랐습니다. 어르신을 기술과 경험을 지닌 창작자로 세웠습니다. 이것이 최문순 화천군수만의 문화정책이자 복지정책이며, 동시에 경제정책이기도 합니다.
어르신들은 이 과정에서 소득을 얻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이 만든 작품이 수만 명의 관광객에게 감동을 주는 경험을 합니다. 이것은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입니다. 자존감과 공동체 소속감은 어떤 보조금보다 오래 남습니다.
안전과 신뢰, 축제의 기본을 지키다
아무리 화려한 축제라도 안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습니다. 선등거리 점등식과 축제 운영 과정에서 화천군은 교통 통제, 현장 인력 배치, 경찰·소방과의 협력 등 기본에 충실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축제는 흥분 위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신뢰 위에 완성됩니다. 관광객이 다시 화천을 찾는 이유는 볼거리가 많아서만이 아니라,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도시’라는 기억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축복의 도시를 향한 화천의 선택
화천은 이제 더 이상 변방의 산간 도시가 아닙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겨울축제의 중심지이며, 주민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세계와 소통하는 도시입니다.
선등거리는 그 상징입니다. 이 불빛은 밤거리를 밝히는 조명이 아니라, 화천이 선택한 미래의 방향을 비추는 등대입니다. 사람이 중심이 되고, 시간이 연결되며, 축제가 경제가 되고, 전통이 세계가 되는 도시.
크리스마스에서 정월대보름까지 이어지는 이 긴 빛의 행렬은 화천이 세계에 보내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메시지입니다.
축복은 우연히 주어지지 않습니다. 준비된 공동체만이 축복을 도시의 이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산천어등 아래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화천은 지금, 세계 최대의 축복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