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겨냥한 화천 토마토 브랜드 전략
강원도 화천. 이 이름을 들으면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있습니다. 겨울이면 산천어축제, 그리고 여름이면 붉게 익어가는 화천 토마토입니다.
해발 400미터 이상의 청정 고원에서 일교차를 머금고 자란 화천 토마토는 그 달콤함과 단단한 과육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며 대한민국 대표 농산물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필자는 오늘 이 글을 통해 단순히 화천 토마토의 성공을 칭송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성공의 그늘 속에 잠들어 있는 하나의 빛나는 이야기, 그리고 아직도 실현되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는 하나의 꿈을 꺼내 놓으려 합니다.
화천 토마토, 어떻게 태어났는가
화천 토마토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의 일입니다. 당시 사내면의 몇몇 농가에서 토마토 재배를 시작했고, 높은 일교차와 맑은 물, 청정한 공기라는 자연 조건이 빚어낸 탁월한 맛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했습니다. 대단한 마케팅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농부들의 땀과 대지의 선물이 만들어낸 맛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에서 다음 사람의 귀로 전해진 것이었습니다.
입소문이 퍼지자 토마토 농가는 점차 늘어났고,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3년, 화천군은 이 소중한 지역 자원을 축제라는 형식으로 공식화하기로 결단했습니다.
바로 화천 토마토축제의 탄생입니다. 첫 해의 소박한 시작으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이 축제는 4일간의 일정 동안 수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강원도의 대표적인 여름 축제로 성장했습니다. 가족 단위 방문객, 단체 관광객, 개별 여행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화천 토마토축제장을 찾습니다.
그러나 축제의 성장 속에서도 한 가지 고민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MZ세대, 즉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이 축제에서 느끼는 매력이 다른 세대에 비해 약하다는 점입니다.

MZ세대가 돌아서는 이유
왜 그럴까요. 축제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토마토 반지찾기, 토마토 직거래 장터, 지역 특산물 전시, 토마토 스파게티… 이 모든 프로그램들이 의미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분명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중장년 세대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중한 콘텐츠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MZ세대의 눈높이로 바라봤을 때, 그 프로그램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순간’도, ‘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은 경험’도, ‘다시 오고 싶은 이유’도 되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MZ세대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콘텐츠로 만들고, 그것을 공유하며, 공유된 콘텐츠가 다시 다른 사람들의 방문을 이끄는 선순환의 주역입니다.
그들을 축제장으로 불러들인다는 것은 단순히 젊은이들의 발길을 유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화천 토마토라는 브랜드를 디지털 세계 속에서 살아 숨쉬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콘텐츠가, 어떤 이야기가, 어떤 캐릭터가 MZ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놀라운 답이, 뜻밖의 곳에서 튀어나온 바 있습니다.
면장실을 두드린 고등학생들
2017년, 필자가 화천군 사내면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어느 날 사내고등학교 학생들이 면장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어른들이 아닌 고등학생들이 직접 행정기관의 문을 두드렸다는 것 자체가 이미 범상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눈빛만큼은 또렷하고 자신감이 넘쳤던 그 아이들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햡니다. 그들이 꺼내 든 제안은 이것이었습니다.
토마토(Tomato)라는 단어를 ‘톰(Tom)’과 ‘아토(Ato)’로 나누어, 두 캐릭터를 의인화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톰은 남성 캐릭터, 아토는 여성 캐릭터입니다.

여기서 이야기는 더욱 깊어집니다. 사내면이라는 지역이 군사도시의 성격을 강하게 지닌 곳임을 감안해, 군 복무 중인 장병을 ‘톰’으로, 그 장병의 여자친구를 ‘아토’로 설정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캐릭터 제안이 아니었습니다. 그 뒤에는 치밀하게 설계된 스토리텔링이 있었습니다. 군에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아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복무하는 톰. 두 사람 사이에는 화천의 토마토가 있습니다.
화천 토마토를 먹으며 서로를 기억하고, 토마토처럼 붉게 타오르는 사랑을 확인한다. 화천에 와서, 화천 토마토를 먹으면, 그 사랑이 더욱 단단해진다는 이야기.
더 나아가 학생들은 구체적인 실현 방법까지 제안했습니다. 톰과 아토를 형상화한 미관 가로등을 설치하고, 지역 내 토마토 다리에 생명을 불어넣어 포토존으로 만들고, 거리의 벽화에 두 캐릭터의 이야기를 녹여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화천 토마토축제를 찾는 청춘 남녀들이 톰과 아토의 이야기를 따라 걸으며, 자신들의 사랑도 그처럼 견고해지기를 바라게 만들자는 꿈이었습니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탄복했습니다. 참신했고, 획기적이었으며, 무엇보다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지역을 사랑하는 아이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고안해낸 아이디어였습니다.
사라진 꿈, 그리고 남겨진 숙제
필자는 적극적인 반영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면장의 권한 밖에 있는 일이었고, 축제를 주관하는 농업기술센터와의 협의가 필요했습니다. 그 협의가 진행되는 사이, 필자는 군청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의 제안은 행정의 파도 속에 조용히 가라앉았습니다.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지금, 화천의 거리 어디에서도 ‘톰과 아토’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 아이들이 꿈꿨던 가로등도, 벽화도, 이야기도 아직 현실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 사실이 못내 아쉽고 미안합니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는 결코 낡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금이 더 적기일지 모릅니다. MZ세대가 콘텐츠 소비와 공유의 주역이 된 이 시대에, ‘톰과 아토’의 이야기는 화천 토마토 브랜드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일
브랜드는 제품이 아니라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토마토 하나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토마토에 담긴 이야기를 삽니다. ‘화천의 청정 자연이 키운 토마토’라는 이야기는 이미 훌륭합니다.
그러나 거기에 ‘사랑을 지키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화천 토마토는 단순한 농산물의 경계를 훌쩍 넘어서게 됩니다.
톰과 아토의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공식 SNS 채널을 통해 두 캐릭터의 일상을 연재하는 것만으로도 시작은 충분합니다. 거리의 벽화와 가로등은 그다음 단계입니다.
화천 토마토축제 기간 동안 커플 방문객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고, 톰과 아토의 이야기를 담은 포토존을 설치하며, SNS에 올리고 싶은 경험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MZ세대는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퍼뜨릴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지역 아이들의 마음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지역을 살리는 가장 강한 힘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피어납니다.
화천 사내고등학생들이 면장실 문을 두드리던 그 날의 용기와 상상력이, 이제라도 화천의 거리 위에서 빛을 발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톰과 아토가 화천의 가로등 위에서 손을 맞잡는 날, 화천 토마토는 비로소 모든 세대의 마음을 담은 진짜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