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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 사내면, 시골 학교가 키운 기적, 화천의 교육이 증명한 것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행정구역 지도 위에서도 한참을 찾아야 겨우 눈에 띄는 이 작은 산골 마을에서, 올봄 조용하지만 의미있는 기적이 하나 피어났습니다.

사내 유치원을 시작으로 사내초·중·고까지, 오롯이 이 마을 학교에서만 자란 열아홉 살 소녀 박채원 양이 중국 최고 명문 복단대학교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은 것입니다.

복단대는 영국 QS 대학평가에서 해마다 세계 30위권을 유지하는 중국의 대표적 연구 중심 명문대입니다. 이른바 ‘중국판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C9 리그 소속으로, 중국에서 베이징대·칭화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의 대학입니다.

서울 강남의 대형 학원가도, 특수목적고도 아닌, 인구 2만 남짓의 산골 시골 학교에서 그 문을 두드렸다는 사실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습니다.

박채원 양의 이야기는 단순한 한 개인의 성공담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한 어머니의 헌신, 한 군수의 철학,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오랜 투자가 한데 어우러진 감동적인 서사가 담겨 있습니다. 이 칼럼은 그 이야기를 찬찬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1. 화천군 사내면 소녀의 꿈, 어떻게 자랐나

박채원 양은 화천군 사내면에서 태어나, 사내 유치원·사내초·사내중·사내고를 차례로 졸업한 말 그대로의 ‘토박이 인재’입니다. 외지로 나가지 않고, 오직 이 땅에서 뿌리를 내리며 자랐습니다.

중국어와의 인연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어머니 류원원씨가 화천지역에서 중국어 아카데미 강사로 활동하고 있었기에, 박양은 또래 아이들이 한글 동화책을 접할 나이부터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귀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 씨앗은 고교 진학 후 화천군이 운영하는 중국어 아카데미를 통해 더욱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습니다. 학업과 어학 공부를 병행하는 빠듯한 일과 속에서도 박양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HSK 5급을 취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마침내 최고 등급인 6급 자격증까지 손에 쥐었습니다. HSK 6급은 중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학습자에게 최고 수준의 어학 능력을 인증하는 자격으로, 국내 성인 학습자들도 쉽사리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입니다.

부모님의 응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박양의 부모님은 고교 재학 시절, 박양을 직접 복단대 캠퍼스로 데려가 더 큰 꿈을 품을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눈으로 보고 발로 밟아야 꿈이 구체화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 기사 주인공 화천군 사내면 박채원(가운데)양과 최문순 화천군수(이미지출처-화천군)
이 기사 주인공 화천군 사내면 박채원(가운데)양과 최문순 화천군수(이미지출처-화천군)

2. 화천을 떠나려 했던 부모님, 마음을 돌린 이유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박양의 부모님은 박양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아이의 학업 때문에 화천을 떠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합니다.

지방 소도시에서 자녀를 키우는 많은 가정이 그러하듯, “이곳에서는 아이에게 충분한 교육 기회를 줄 수 없지 않을까”라는 불안이 엄습했던 것입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이주하는 것은, 부모로서 지극히 당연한 선택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그 마음을 돌려세운 것이 바로 화천군 인재육성재단의 지원 시스템이었습니다. 재단은 세계 100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에게 등록금은 물론 기숙사비까지 전액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채원 양도 이 혜택의 수혜자가 될 예정으로, 학비 걱정 없이 오로지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습니다. 화천군의 교육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연령별·수준별 영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해마다 뉴질랜드와 영국 옥스퍼드 어학연수를 대부분의 경비를 부담하여 지원합니다.

세계 100대 대학 소재지를 직접 탐방하는 청소년 배낭연수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산골 마을 아이들에게 세계를 향한 눈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도시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계를 꿈꾸며 이 땅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화천군이 직접 만들어 온 것입니다.

3. “다리 하나 덜 놓으면 해결될 일” — 최문순 군수의 교육 철학

이 모든 정책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 사람의 아프고도 단단한 기억에 닿게 됩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어린 시절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전교생 앞에서 망신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 홀로 남아 청소 도구를 들어야 했던 기억, 그리고 어느 겨울날 그 수치와 절망 끝에 물 속까지 들어갔다는 고백은 듣는 이의 마음을 깊이 울립니다.

그날 이후 소년은 다짐했습니다. ‘내가 공무원이 된다면, 돈이 없어서 꿈을 포기하는 아이가 단 한 명도 없도록 하겠다.’ 그 다짐은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훗날 화천군 공무원이 된 그는, 말단 신분으로는 그 철학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깨닫고 군수의 자리에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12년간 흔들리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최 군수의 교육 철학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마을에 다리 하나 덜 놓으면 해결될 일이다.” 언뜻 단순하게 들리지만, 이 말 속에는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에게, 건물이 아닌 아이의 꿈에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깊은 행정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치적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인적 투자. 그것이 최문순 군수가 12년간 한결같이 걸어온 길입니다.

4. 화천이 증명한 것 — 작은 마을이 세계와 연결되다

그 길 위에서 거둔 성과는 박채원 양 한 명이 아닙니다. 박양이 입학하게 될 복단대에는 이미 화천 출신 학부생 1명, 대학원생 1명이 재학 중입니다. 뉴욕대, 존스홉킨스대, 일리노이대, 워싱턴대, 호주 NSW대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화천의 아이들이 오늘도 묵묵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인구 2만의 산골 마을에서 매년 세계 명문대 합격자가 나온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는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방향을 향해 쌓아온 교육 투자의 결과이며, 아이들의 잠재력을 믿고 날개를 달아준 지역 공동체의 성과입니다.

화천군의 교육 정책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에 맞서는 혁신적인 전략이기도 합니다. 아이들 교육 문제로 도시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가정들이 오히려 교육 때문에 화천으로 들어오는 역류 현상, 그것이 바로 최 군수가 그리던 선순환의 그림이었습니다.

인구가 유입되면 지방교부세가 늘고, 늘어난 재원은 다시 아이들의 교육에 투자됩니다. ‘교육이 인구를 부르고, 인구가 교육을 키운다’는 선순환 구조가 화천에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결론

박채원 양은 최문순 군수를 찾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어뿐 아니라 문화예술 방면으로도 전문적 지식을 쌓아 한중 양국 교류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사내면의 작은 학교에서 자란 소녀가 이제 두 나라를 잇는 가교를 꿈꿉니다. 그 꿈이 얼마나 크고 단단한지, 복단대의 합격 통지서가 이미 증명하고 있습니다.

최문순 군수는 화답했습니다. “박채원 양의 세계적 명문대 입학은 또 다른 화천의 어린 학생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무사히 공부를 마치고 꼭 꿈을 이룰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시대입니다. 청년이 떠나고, 학교가 문을 닫고, 마을이 비어가는 현실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천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떠날 이유를 없애는 대신, 머물 이유를 만들어 왔습니다.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이라는 슬로건은 이제 더 이상 구호가 아닙니다. 그것은 박채원 양의 합격 통지서처럼,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파로호의 물은 굽이굽이 흘러도 결국 바다에 닿습니다. 사내면의 소녀도 그 물처럼, 작은 산골 마을에서 출발해 드넓은 세계로 힘차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박채원 양은 화천의 모든 아이들에게, 나아가 전국의 지방 소도시 아이들에게 조용히 말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태어났느냐가 아니라 어떤 꿈을 꾸느냐가 중요하다고. 그리고 그 꿈을 함께 키워줄 지역이 있다면, 세상 어디도 결코 멀지 않다고.【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