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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 나선거구 이선희 당선인, 화천군 최초 선출직 여성 기초의원

2026년 6월 3일, 강원특별자치도 화천군에서 새로운 역사가 쓰였습니다. 인구 2만여 명의 작은 산골 군에서, 한 여성이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당히 2위로 당선됐습니다. 주인공은 사내면에 거주하는 이선희 당선인. 그의 당선이 왜 특별한가 하면, 1991년 기초의원 선거가 처음 실시된 이후 무려 35년 만에 화천군에서 탄생한 첫 선출직 여성 기초의원이기 때문입니다.

숫자를 다시 새겨보겠습니다. 35년. 대한민국이 풀뿌리 지방자치를 부활시킨 1991년 이후, 화천군 의회는 수많은 의원들을 배출해 왔습니다. 그 긴 세월 동안, 여성이 지역 주민들의 직접 선택을 받아 의회에 입성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선희 당선인의 결과는 그 빈칸을 처음으로 채운 사건입니다.

이선희 당선인, 비례대표를 넘어 선출직으로

이선희 당선인은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화천군 비례대표 의원으로 화천군의회에 입성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얼굴은 낯선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민들도, 동료 의원들도, 지역 사회도 이미 그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례대표와 선출직은 엄연히 다릅니다. 비례대표는 정당이 추천함에 따라 그 영향으로 당선되는 경우입니다. 반면 선출직은 오직 개인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와 선택으로만 결정됩니다. 사실상 우산 없이 맨몸으로 유권자 앞에 서야 하는 싸움입니다.

실제로 화천군에서 비례대표를 거친 이후 선출직으로 도전한 여성들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쓴맛을 보았습니다. 이번에 이선희 씨가 해낸 일이 더욱 빛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7,399명의 투표자 중 1,653표를 얻어 6명의 후보 가운데 2위를 차지한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역 주민들이 한 사람의 진정성과 능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손수 표를 던졌다는 뜻입니다.

화천군 나선거구 이선희 당선인(지도 출처-나무위키)
화천군 나선거구 이선희 당선인(지도 출처-나무위키)

당선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동안 쌓은 신뢰

이선희 당선인의 이력을 보면, 이 당선이 결코 요행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수년간 화천군 사내면 여성의용소방대장을 맡아 지역 안전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불이 나면 달려가야 하는 자리, 재난 앞에 서야 하는 자리를 묵묵히 수행했습니다. 화천군 경제인연합회 여성위원장으로서는 지역 경제와 여성 경제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사내면 명예면장을 역임하며 행정 현장과 주민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 왔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녀는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소외계층을 돌보고, 지역 공동체의 결속을 다져왔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내보이는 보여주기식 행동과 달랐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생활 속에서 쌓아온 진심의 기록이었습니다.

정치는 흔히 ‘신뢰의 경쟁’이라고 합니다. 특히 인구가 적고 공동체가 촘촘한 농촌 소도시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어떤 화려한 공약도, 세련된 선거운동도 수십 년간 이웃과 함께 걸어온 한 사람의 발자국을 이길 수 없습니다. 이선희 씨의 당선은 바로 그 사실을 증명합니다.

비례대표 군의원 시절, 그는 부의장직도 수행했습니다. 의정 경험을 쌓으면서도 오만하지 않았고,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성실하게 임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신뢰가 이번 선거에서 표로 돌아온 것입니다.

35년이 걸린 이유, 구조와 관습의 벽

그렇다면 왜 화천군에서는 35년이나 걸렸을까요. 이선희 씨처럼 헌신적이고 능력 있는 여성이 그동안 없었던 걸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문제는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구조와 관습에 있습니다.

지방의회, 특히 군 단위의 소규모 지방의회는 오랫동안 남성 중심의 폐쇄적인 생태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선거 경쟁에서 여성 후보는 종종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힙니다.

‘여자가 의원을 해봤자’, ‘현실 정치는 남자들의 세계’라는 편견이 공공연하게, 혹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합니다. 이에 따라 후보 공천 단계에서부터 여성은 선출직보다 비례대표로 배치되는 경향이 강했던 이유입니다.

선거 자금과 네트워크 면에서도 남성 후보에 비해 불리한 출발선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천군처럼 인구가 적고 지역 연고가 강한 곳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두드러집니다.

오랜 세월 형성된 지역 정치의 관행과 인맥 구도는 새로운 얼굴, 특히 여성 후보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합니다. 그럼에도 이선희 씨는 해냈습니다. 그것은 단지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그 벽에 균열을 낸 사건입니다.

선출직 여성의원이 왜 필요한가

이쯤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선출직 여성의원은 왜 필요한가’입니다. 단순히 ‘성평등’이라는 당위적 구호 때문만은 아닙니다.

첫째, 대표성의 문제입니다. 화천군 인구의 절반 가량은 여성입니다. 그들의 삶과 필요, 고민이 의회에 온전히 반영되려면 여성의 목소리가 의사결정 테이블에 있어야 합니다.

남성 의원들이 여성의 삶을 아예 모른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경험에서 비롯되는 감수성과 시각은 다릅니다. 육아와 돌봄의 현실, 농촌 여성의 고단함, 노년 여성의 복지 수요 같은 의제들은 당사자가 의회 안에 있을 때 더 잘 다뤄질 수 있습니다.

둘째, 다양성이 정책의 질을 높입니다. 여성이 더 많이 참여하는 의회는 사회복지, 교육, 의료, 환경 등 생활 밀착형 의제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연구도 존재합니다.

다양한 배경과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논의할 때, 더 창의적이고 포용적인 정책이 탄생합니다. 이것은 여성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위한 일입니다.

셋째, 역할 모델의 효과입니다. 이선희 당선자의 당선 소식은 화천군 곳곳에 퍼졌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젊은 여성들, 지역사회참여를 꿈꾸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던 여성들에게 그녀의 당선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나도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성취가 다음 사람의 도전을 가능케 하는 것, 그것이 역할 모델의 힘입니다.

넷째,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데 여성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농촌과 소도시는 심각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의 모든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여성의 역량과 경험을 의회와 행정에서 배제하는 것은, 위기 속에서 스스로 손발을 묶는 일입니다. 지역을 살리는 일에는 성별 구분이 없습니다.

비례대표 제도, 디딤돌인가, 대체재인가

비례대표 제도는 애초에 다양한 계층의 의회 진입을 돕기 위해 설계됐습니다. 여성, 청년, 장애인 등 선거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의회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자는 취지입니다. 그 자체는 의미 있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비례대표가 선출직을 대신하는 방편으로 고착화되면 문제가 됩니다. 비례대표 여성의원은 있지만 선출직 여성의원은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것은 제도가 진정한 변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압력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여성들이 ‘비례로는 되지만 선출직으로는 안 된다’는 유리천장이 지방 정치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선희 당선인은 그 유리천장을 깼다는 점에서 더욱 상징적입니다.

비례대표 경험을 디딤돌 삼아 선출직으로 도약했습니다. 제도의 원래 취지대로, 비례대표가 진정한 정치 참여로 이어진 사례를 보여준 것입니다.

35년의 공백이 남긴 숙제

이선희 당선인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35년이라는 숫자 앞에서 겸손해야 합니다. ‘그 35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역 정치가 절반의 주민을 대표에서 배제해 온 시간입니다. 그것이 의도적 차별의 결과든, 무관심과 관행의 결과든, 결과는 같습니다.

한 지역에서의 변화가 전체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변화는 언제나 어딘가에서 시작됩니다. 화천군 이선희 당선인의 이 작은 역사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지역들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