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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잊지 못할 기억, 따뜻함을 안겨준 한 사람의 이야기

2025년 추석 전날입니다. 추석 명절만 되면 제 인생의 한 장면처럼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떠오릅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매년 이맘때면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야기입니다. 2005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5년, 따뜻한 마음을 건넨 과장님

그때 저는 화천군청 지역개발과의 지역경제를 담당하는 주무계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상관은 지금의 화천군수이신 최문순 과장님이셨습니다.

당시만 해도 조직 문화라는 것이 지금처럼 투명하거나 깔끔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명절이면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선물을 챙겨드리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던 시절이었습니다. 계장이 과장에게, 직원이 계장에게 선물을 주는 일은 흔했지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먼저 선물을 하는 일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해 추석 전날, 제 삶을 평생 따뜻하게 비추어주는 작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추석

“잠깐 나와 보게”

추석을 하루 앞둔 늦은 저녁이었습니다. 퇴근 후 집에서 쉬고 있는데, 과장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아파트 앞인데, 잠깐 나와 보게.”

갑작스러운 전화에 무슨 일인가 싶어 급히 내려가 보았습니다. 그때 과장님께서는 제게 조그만 상자를 내밀며 웃으셨습니다.

“화장품인데, 제수씨 갖다 드려.”

저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사실 저도 과장님께 선물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그저 업무적으로만 부대끼며 살아왔는데, 먼저 이렇게 마음을 내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뜻밖의 선물이었지만, 저는 고맙게 받아 들었습니다.

그날 밤, 선물의 무게는 크지 않았지만 제 마음속에는 묵직한 울림이 남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

며칠 뒤, 다른 직원들로부터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습니다.

“과장님, 추석 전날에 차 사고가 났었대요.”

처음엔 그냥 과장님의 운전 부주의로 일어난 작은 접촉 사고 정도겠거니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과장님은 제게 선물을 전해주고 아파트를 나가던 길에 기둥을 들이받는 바람에 차량이 크게 파손되었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마음은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단순히 선물만 받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 때문에, 아니 저를 향한 그 따뜻한 마음 때문에 과장님께서 큰 손해를 입으신 것 같아 마음이 너무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모아 차량 수리비라도 보태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과장님은 처음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어넘기셨습니다. “그런 일 없었어!” 하시며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다시, “혹시 저 때문에, 제게 다녀가시다가 난 사고가 아닌가요?” 하고 조심스레 묻자, 그제서야 과장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지, 50만 원을 불우이웃 돕기에 기부했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저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5만 원 선물, 50만 원의 손해

과장님은 제게 5만 원짜리 선물을 건네셨습니다. 하지만 그 길로 돌아가다 50만 원의 손해를 보신 겁니다. 일반적으로라면 누구라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을 법한 상황이었지만, 과장님은 끝까지 저를 배려하며 그 일을 “좋은 일에 썼다”고 웃어넘기셨습니다.

그 따뜻한 마음은 제게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선물이라는 것은 단순히 물질의 크기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그 속에 담긴 진심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것을 그날 저는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지금의 군수님, 여전히 변치 않는 마음

시간은 흘러 2025년이 되었습니다. 최문순 과장님은 이제 화천군수로서 3선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계십니다. 세월 속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누군가는 군수님의 잘못된 점이나 터무니없는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게 있어 군수님은 여전히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저는 그날 밤, 작은 화장품 상자 하나에 담긴 따뜻한 온기를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온기는 시간이 흘러도 제 삶 속에서 여전히 따뜻하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정치적 평가를 하고, 누군가는 행정적 성과만을 따집니다. 하지만 제겐 그분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 기억 속 군수님은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람을 생각하고, 따뜻한 마음을 건네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명절마다 되새기는 따뜻한 마음

추석 전날이 되면, 저는 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았던 작은 선물 하나.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진심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저를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의 관계도 점점 계산적으로 변해간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거창한 말이나 화려한 업적이 아니라, 진심 어린 따뜻한 마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2025년 추석을 맞으며 다시금 다짐합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작은 따뜻함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설령 그 마음이 나에게 손해로 돌아온다 해도, 그것이 누군가의 가슴에 평생 남는 기억이 된다면 그보다 값진 일은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맺으며

명절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저는 매년 추석만 되면 2005년의 그날 밤, 과장님이 제게 건네셨던 작은 선물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선물 뒤에 담긴 큰 마음을 가슴에 새깁니다.

오늘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올 추석에 누군가에게 작은 따뜻함을 건네보시길 바랍니다. 그 마음은 반드시 누군가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 또 다른 따뜻함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