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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화천군수 인사정책에 대한 오해와 불편한 진실

지방자치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예산이나 정책, 혹은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시골 군 단위 행정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결정적인 요소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인사(人事)입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자리에 서느냐에 따라 행정의 속도와 방향, 그리고 주민들이 체감하는 행정의 질은 극명하게 갈립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최문순 화천군수의 인사정책, 그중에서도 군청 조직에서 고위직에 해당하는 5급 사무관 이상 인사를 중심으로, 그 의미와 파장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은 특정 인물을 옹호하거나 비난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지방 행정에 뿌리 깊게 박혀 있던 관행과 그것을 깨려 했던 시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반작용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논평입니다.

사무관 인사, 시골 행정의 ‘권력 핵심’

중앙부처나 광역자치단체에서의 사무관은 행정조직 내 중간 관리자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시·군 단위, 특히 인구가 적고 조직 규모가 작은 농산촌 군청에서 사무관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화천군과 같은 군 단위에서 5급 사무관은 곧 면장이거나 본청 실·과장입니다. 이는 단순한 직급 상승이 아닙니다. 예산 집행, 인사 평가, 지역 민원, 정책 실행의 최종 책임자로서 사실상 군정의 최전선에 서는 자리입니다. 주민들에게도 “사무관이 됐다”는 말은 곧 “출세했다”는 의미로 통합니다.

그렇기에 사무관 인사는 늘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학연·지연, 그리고 ‘보이지 않는 진급 루트’

과거 화천군을 포함한 다수의 시골 군청에서는 인사의 기준이 명확했습니다. 능력보다는 출신, 성과보다는 배경이 우선이었습니다.

어느 면 출신인지, 어느 중학교·고등학교를 나왔는지, 어느 집안과 연결돼 있는지가 공공연한 평가 기준으로 작동했습니다. 이른바 “지역 줄”을 타지 못하면 아무리 성실하고 능력이 뛰어나도 한계는 분명했습니다.

사무관 진급을 위한 정형화된 루트도 존재했습니다. 예산부서, 경리부서, 서무, 행정담당. 이 자리들은 늘 ‘요직’으로 분류됐고, 자연스럽게 지역 출신들이 선점했습니다. 외지에서 온 공무원이 이 자리에 배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외지 출신 공직자들은 어느 순간 스스로 진급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어떻게든 인정받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선택지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노력의 끝에도 사무관이라는 문턱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잘해도 안 된다”는 체념,
“어차피 자리는 정해져 있다”는 냉소,
이것이 당시 조직을 지배하던 공기였습니다.

“능력만 있다면 산업계장도 과장이 된다”

이와 같은 관행은 최문순 화천군수가 취임하면서 근본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인사 철학은 단순하면서도 급진적이었습니다.

“능력만 있다면 면사무소 산업계장이라도 과장이 될 수 있다.”

이 한 문장은 화천군 공직사회에 충격에 가까운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기존 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선언이었기 때문입니다.

최군수 체제 12년 동안 실제로 일어난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지역 출신 사무관의 비율은 이전 군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졌습니다. 대신 외지 출신, 비주류 부서 출신,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형 인재들이 사무관으로 발탁됐습니다.

배경은 철저히 배제됐습니다. 줄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이 사람이 군정을 움직일 수 있는가.”

배제되었던 사람들의 복권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은 이들은 과거 군정에서 외지 출신이라는 이유로 배제되었던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이미 조직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최군수는 이들을 1순위로 끌어올렸습니다.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조직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자리”를 선물하지 않았습니다. 사무관이 된 이후의 요구 수준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습니다.

과장은 쉬는 자리가 아니다

최문순 군정에서 과장이나 면장은 더 이상 ‘앉아 있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가장 많이 일해야 하는 자리가 됐습니다. 자리만 차지하고 지시만 하려는 태도에는 가차 없는 질책이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화천군청에서는 낯선 풍경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주말, 불 꺼진 청사 한켠에서 과장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보고서를 쓰고, 현안을 정리하고, 민원 대응 자료를 준비하는 모습. 이제 그것은 화천군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최군수의 철학은 분명했습니다.

“과장이 업무를 장악하지 못하면
그 조직은 물론이고 주민 편의 행정도 불가능하다.”

과장이 담당보다 일을 모르면, 계장이 과장보다 상황을 더 잘 알면, 그 조직은 이미 기울어져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권위의 상징에서 책임의 상징으로

과거 사무관 진급은 곧 권위의 상징이었습니다. 신문을 읽고, 회의에 참석하고, 결재 도장을 찍는 것이 주된 업무라는 냉소적 평가도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최문순 군정 이후 사무관은 책임의 상징으로 바뀌었습니다. 과장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부담감은 자연스럽게 담당과 계장을 움직였습니다. 그 긴장은 조직 전체로 확산됐습니다.

그 결과 화천군 행정은 정체된 관료 조직에서 살아 움직이는 조직으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얼마전 수상한 ‘접경지역 발전 기여 대통령상 수상 등 숱한 중앙부처장의 표창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불만은 반드시 생긴다

물론 이런 변화가 모두에게 환영받았을 리는 없습니다. 실과장, 읍·면장들의 불만은 필연적이었습니다.

특히 기존 관행 속에서 승진을 기대하던 이들, 혹은 변화된 기준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이들에게 최군수의 인사정책은 불편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 결과는 퇴직 이후의 태도에서 나타났습니다. 현 군정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 때로는 적대적 언행으로 돌아서는 사례들이 등장했습니다.

물론 모든 퇴직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군수의 지시를 감당할 역량이나 의지가 부족했던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 이 같은 현상은 유독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은혜를 배신으로 돌린 사람들”

더 아이러니한 장면도 있습니다. 전 군정에서는 과장 진급을 꿈도 꾸지 못했던 인물을, 공직 경륜과 통솔력을 이유로 어렵게 인사위원회를 열어 사무관으로 진급시켰는데, 그가 퇴직하자마자 현 군정의 안티로 돌아선 경우입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 사람, 전 군수 밑에서는 진급 가능성 1도 없던 사람인데, 자기가 잘나서 된 줄 안다.”

이 말은 개인 비난을 넘어 인사정책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기회를 준 것을 자신의 능력의 착각하는 순간, 철학은 배신으로 둔갑합니다.

배신이 아니라 성찰의 문제

만약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군수의 철학을 뒷받침하지 못했다면,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왜 감당하지 못했는가.
왜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는가.
왜 더 높은 기준을 부담으로만 느꼈는가.

인사는 권력이 아닙니다. 인사는 조직이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선언입니다.

최문순 화천군수의 인사정책은 호불호를 떠나 분명했습니다. 학연과 지연의 행정을 끝내고, 능력과 책임의 행정으로 가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그 선언을 불편해한 이들이 있다면, 그 불편함 자체가 변화의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남는 질문

이제 질문은 하나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줄 서는 행정”을 원하는가, 아니면 “일하는 행정”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화천군의 사례는 작은 시골 군청의 이야기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대한민국 지방행정이 오랫동안 외면해 온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인사를 바꾸지 않으면 행정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철학 없는 인사는 결국 조직을 무너뜨립니다. 최문순 화천군수의 인사정책은 그 점을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