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의원이 제기한 대한민국 군(軍)의 구조적 딜레마
아래 글은 2025년 12월 30일 대한민국 국회 국가안보위원장인 한기호 의원의 ‘국방부 규탄 성명서’에 대한 논평입니다.
현장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의 목소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최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군 지휘관들에 대한 중징계 논란은, 단순한 인사 조치나 개별 인물의 책임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가 군을 어떤 조직으로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제기한 문제의식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고, 정치적 방어 논리로 오해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을 표면적인 정치 언어로만 읽는 것은,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접근입니다.
한기호 의원의 문제 제기는 찬반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가볍게 소비될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는 군을 책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라, 몸으로 겪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는 군복을 벗은 이후에도 국회에서 줄곧 국방과 안보를 다뤄온 인물입니다. 이 두 지점이 교차할 때, 그의 발언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구조적 경고로 읽힙니다.

최전방에서 국회까지, 한기호라는 이력의 무게
한기호 의원의 이력은 한국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궤적을 그립니다. 그는 육군 제2보병사단 사단장으로 최전방을 지휘했고, 제5군단 군단장으로 대규모 작전 지휘를 했으며, 육군본부 정보작전부장으로 군의 판단 체계를 다뤘습니다. 이후 육군교육사령부 사령관으로서 장교와 지휘관을 길러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단순히 명령을 내리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명령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논리로 하달되며,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모두 경험한 인물입니다. 이런 경험을 가진 지휘관에게 명령은 단순한 지시문이 아니라, 조직의 생명선입니다.
그는 군복을 벗은 이후에도 국방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제18대·19대·21대·22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국방위원, 국방위원회 간사,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국가안보위원장과 북핵위기대응특위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군 내부와 외부에서 모두 안보의 작동 원리를 지켜본 사람입니다.
군에서 ‘명령’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다
군대에서 명령은 토론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는 권위주의적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군이라는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 때문입니다. 전쟁과 위기 상황에서 군에게 요구되는 것은 즉각성, 통일성, 예측 가능성입니다. 명령이 해석되거나 정치적으로 판단되기 시작하는 순간, 군은 작전 조직이 아니라 혼란의 집합체가 됩니다.
한기호 의원이 “명령의 적법성 판단을 현장의 군인 개개인에게 맡기는 순간 군대는 붕괴된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위법을 옹호하는 논리가 아니라, 군이라는 조직의 기능적 한계를 정확히 인식한 발언입니다.
특히 그는 정보작전과 교육 분야를 모두 경험한 지휘관이었습니다. 정보는 판단의 기초이고, 교육은 판단 기준의 전수입니다. 이 두 영역을 모두 거친 사람에게 명령은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산물입니다. 따라서 명령 수행을 사후적으로 재단하는 방식은, 개인 처벌을 넘어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습니다.
비상 상황과 사후 책임 사이의 간극
한기호 의원의 문제 제기가 향하는 지점은 명확합니다. 그것은 “옳았느냐, 틀렸느냐” 이전에 “군이 앞으로도 국가 위기에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국가 비상 상황에서 군은 언제나 정치보다 먼저 호출됩니다. 북한 도발, 대규모 재난, 테러, 급변사태에서 군은 준비된 조직으로서 투입됩니다. 이때 군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개인적 판단이 아니라 지휘 체계에 대한 신뢰입니다.
그는 국방위원회 활동을 통해 수차례 현장의 목소리를 접해왔습니다. 지휘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사후적 정치 판단에 의해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가 고착되면, 다음 위기에서 군은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게 됩니다. 이는 군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문제입니다.
정치와 군의 역할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
한기호 의원의 주장은 군을 정치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그는 군이 정치적 판단의 주체가 되는 순간, 군은 군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는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헌법 정신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군이 정치적 평가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정치적 책임의 최종 수용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명령을 내리는 권한이 정치에 있다면, 그 명령에 대한 구조적 책임 역시 정치가 져야 한다는 인식입니다.
이 논리는 군을 면책하자는 주장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책임을 개인이 아닌 구조와 결정권자에게 정확히 귀속시키자는 주장에 가깝습니다. 이는 군을 약화시키는 논리가 아니라, 군을 정치로부터 분리시키는 논리입니다.
청년 세대와 군 신뢰의 문제
한기호 의원이 이 문제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이유는, 그가 군을 ‘현재의 조직’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맡게 될 조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국청소년연맹 총재를 지내며, 청년 세대와 국가 제도의 신뢰 관계를 가까이에서 지켜봤습니다.
징병제를 유지하는 대한민국에서 군에 대한 신뢰는 곧 병역 의무의 정당성과 직결됩니다. 명령을 수행한 군인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인식은, 청년들에게 “군은 책임만 지는 조직”이라는 불신을 남깁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안보의 토대를 약화시킵니다.
군 기강이란 무엇인가
군 기강은 복종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것은 명령과 책임의 경계가 분명할 때 유지되는 질서입니다. 한기호 의원이 강조하는 ‘책임의 원칙’은, 군을 무조건 보호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군이 기능할 수 있는 조건을 지키자는 요구입니다.
명령을 내리는 자, 명령을 설계한 시스템, 그리고 이를 통제해야 할 정치 권력이 각자의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군만을 책임의 종착지로 삼는 구조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바로 이 구조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결론, 이것은 방어가 아니라 경고다
한기호 의원의 발언을 단순한 정치적 방어로 해석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그의 이력과 문제 제기의 방향을 종합해 보면, 이는 군을 지켜온 사람이 던지는 구조적 경고에 가깝습니다.
이 논쟁은 특정 인물의 처벌 여부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어떤 군대를 가질 것인가, 그리고 국가 위기 앞에서 군에게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명령을 두려워하는 군대는 국가를 지킬 수 없습니다.
정치에 영합한 책임이 불분명한 명령은 더 큰 혼란을 낳습니다.
한기호 의원의 문제 제기는 바로 이 불편한 진실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을 결코 가볍게 흘려보낼 수 없는 이유입니다.【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