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화천소식

화천군수 선거 결과를 보며, 화합과 미래를 생각한다

지난 6월 3일 밤, 화천군 곳곳에 있던 주민들은 저마다 다른 마음으로 개표 결과를 지켜봤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손에 땀을 쥐고, 어떤 이는 한숨을 내쉬며, 또 어떤 이는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세훈 후보가 국민의힘 최명수 후보를 누르고 화천군수에 당선됐습니다. 득표율은 57.5% 대 42.5%. 약 2,041표 차이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단순한 선거 결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결과가 품고 있는 역사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래 31년 동안, 화천군은 단 한 번도 진보 계열 군수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강원도 최전방 접경지역이라는 지역 특성, 오랜 보수 정치 문화, 현역 군부대의 존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화천은 어느새 ‘보수의 텃밭’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아왔습니다.

그 31년의 역사가 이번 선거 하루 만에 바뀌었습니다. 김세훈 당선인은 세 번째 도전 끝에 이 벽을 허물었습니다.

두 번의 낙선이라는 쓴잔을 마셨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첫째도 소득, 둘째도 소득, 셋째도 소득’이라는 군민 중심의 경제 공약을 앞세워 결국 군민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그의 당선은 한 개인의 정치적 성취이기에 앞서, 변화를 원했던 화천 주민들의 목소리가 현실이 된 순간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평가입니다.

당선인에게 표를 주지 않은 사람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솔직한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당신은 이번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는가? 최명수 후보를 지지했다면,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마음속에는 어떤 감정이 자리하고 있는가?’입니다.

실망, 아쉬움. 그런 감정들은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민주주의 선거는 지지자와 반대자를 나누는 과정이고, 그 결과로 누군가는 기쁨을, 누군가는 허탈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성숙함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지지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됐더라도, 선거라는 공정한 절차를 통해 다수의 선택을 받은 그 결과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민주 시민으로서 우리 모두가 갖춰야 할 기본 소양입니다.

“선거에서 졌다고 해서 이웃을 잃어선 안 됩니다. 선거 결과는 바뀔 수 있어도, 이웃과의 관계는 평생입니다.”

더 나아가, 당선인에게 표를 주지 않은 이들도 지금 당선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굴복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역 공동체를 위한 성숙한 참여의 표현입니다.

본인이 반대했던 사람이 화천군 수장이 되었다고, 그 현실 앞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등을 돌리는 것은, 결국 화천의 미래를 외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가 특히 의미 있는 것은 단순한 교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31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깨뜨린 변화입니다. 변화에는 항상 갈등과 저항이 따릅니다.

그 변화를 부드럽게 안착시키는 것은 당선인 혼자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그것은 5,903명의 표를 던진 주민들을 포함한 화천 군민 전체의 몫입니다.

화천군수 선거 이후 군민화합 이미지
화천군수 선거 이후 군민화합 이미지

선거 때문에 멀어진 이웃, 이제 먼저 다가갈 때

선거 기간이란 묘한 시간입니다. 같은 마을에 살고, 같은 장터에서 장을 보고, 같은 경로당에서 차를 나누던 이웃들이 지지 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어색해지고, 때로는 갈등까지 빚기도 합니다.

이것은 화천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선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반복되는 인류 보편의 풍경입니다. 그러나 선거는 끝났습니다. 이제 투표소의 커튼은 걷혔고, 개표소의 불빛도 꺼졌습니다.

이 즈음에서 ‘우리 마음속의 커튼은 아직도 쳐져 있지 않은지, 선거 때 다퉜던 지인에게, 지지 후보가 달라서 서먹해진 친척에게, 현수막 때문에 언쟁을 벌였던 이웃에게 아직 먼저 말을 걸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선거 이후의 화해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의 상처는 굳어지고, 서먹함은 벽이 됩니다.

지금 이 순간, 선거 때문에 멀어진 누군가에게 먼저 전화 한 통을 하거나,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것. 그 작은 행동 하나가 화천 사회의 화합을 되살리는 첫걸음이 됩니다.

“생각이 다른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선거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결정을 내리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이 끝난 뒤에는, 다시 같은 이웃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화천은 인구 2만 명 가량되는 소도시입니다. 작은 공동체일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모든 것의 기반이 됩니다.

이 관계망이 선거로 인해 훼손된다면, 어떤 훌륭한 군수가 와도 화천의 발전은 더디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이 관계망이 튼튼하게 회복된다면, 당선인의 군정은 훨씬 더 큰 힘을 받게 될 것입니다.

군민 화합이 군정 발전의 토대다

김세훈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좌파니 우파니 편을 가르지 않고 오직 화천 발전만 생각하는 ‘화천파’ 군수가 되겠다.” 또한 “선거 과정에서 서로 다른 생각과 정책을 이야기했지만 화천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같았다”며 경쟁 후보의 좋은 정책도 열린 마음으로 군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들이 공허한 선거 수사(修辭)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에 화답하는 군민들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당선인이 화합의 손을 내밀 때 그 손을 맞잡는 것, 그것이 바로 군민이 해야 할 역할입니다.

군정은 군수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군민의 참여와 협력, 건강한 비판과 응원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훌륭한 군정이 완성됩니다.

최명수 후보를 지지했던 주민들의 바람은 김세훈 당선인의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목표는 같습니다. 다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함께 걸어야 합니다. 새 군수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는 용기 있게 비판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군민이 군수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입니다.

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등을 돌리는 것도, 지지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감싸는 것도 모두 화천의 미래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화천을 사랑하는 마음은 하나입니다. 그 마음을 공통의 토대로 삼아, 이제 함께 화천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입니다.”

당선인에게 바라는 것, 민심의 무게를 잊지 마시라

이번 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한 화천 군민은 14,209명입니다. 이 중 7,944표를 얻어 당선됐다는 것은, 동시에 5,903명이 다른 후보를 선택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당선인은 자신에게 표를 준 군민만의 군수가 아닙니다. 반대표를 던진 군민, 기권한 군민, 미성년자,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화천의 미래 세대까지 모두의 군수입니다. 이 자명한 사실을 임기 내내 잊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얻은 자리인 만큼, 그 어떤 군수보다 간절함과 절실함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농어촌기본소득, 화천형 햇빛연금, 관광도시 조성, 스마트농업 육성—공약으로 제시한 정책들을 하나씩 실현해 나가되,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군민과 솔직하게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공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지 못할 때 진솔하게 설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못지않게 필요합니다. 또한 31년간 이 지역을 이끌어온 보수 행정의 유산을 무조건 부정하기보다는, 좋은 것은 계승하고 개선이 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바꾸는 균형 잡힌 자세가 요청됩니다.

변화는 필요하지만, 변화를 위한 변화는 오히려 혼란을 낳습니다. 화천 군민의 삶이 실질적으로 나아지는 것, 그것이 유일한 기준이어야 합니다.

화천의 새로운 시작, 지금 이 순간부터

6월의 화천은 아름답습니다. 하늘색 보다 투명한 맑은 하천, 평화로운 푸른 산하. 그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2만여 명의 군민이 저마다의 삶을 일구며 살아갑니다.

선거는 그 삶의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의식이었습니다. 그 의식은 이제 끝났습니다. 남은 것은 그 결정을 함께 실현해 나가는 일입니다.

당선인은 낮은 자세로 군민의 곁에 서야 하고, 군민은 새 군수에게 기회를 주며 함께 화천의 미래를 열어가야 합니다.

당신이 어느 후보를 지지했든, 오늘 화천에는 새 군수가 탄생했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그 사람이 잘 해낼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 그것이 5,903표를 던진 주민들이 화천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성숙하고 아름다운 선택입니다.

동시에 7,944표를 던진 주민들도 자만하지 않고 당선인을 바르게 이끄는 역할을 게을리해선 안 됩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화천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이제 개표장의 불빛은 꺼졌습니다. 그 빈자리에 화합의 불씨를 지피는 것은, 이 글을 읽는 화천군민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