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숙 독자 기고문, 나의 자랑스러운 군인 사위에게
올해 여름은 유난히 길고 무더웠습니다. 장마철 폭우와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졌지만, 그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군 생활에 전념하는 한 청년이 있습니다. 바로 저의 자랑스러운 군인 사위, 정대건 상사입니다. 땀방울이 연일 이어진 올여름, 문득 그의 모습이 더 많이 떠올랐습니다.

정대건 상사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군인입니다. 한 차례 군 복무를 마친 뒤, 다시 부사관으로 입대해 제2의 군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2년 삼척에 위치한 육군 제23사단에서 근무를 시작해, 현재는 제7사단 정보대대에서 2년 차로 활약 중입니다. 그의 보직은 영상반장, 계급은 당당한 ‘상사’입니다. 이처럼 군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소명의식을 지닌 사위가 늘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사위와의 인연은 2017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딸이 “직업군인인 남자친구가 있다”며 집에 인사를 데려온 날, 저희 가족은 큰 놀라움과 함께 새로운 인연을 맞이했습니다. 두 달 뒤, 다시 찾아온 인사는 어느새 한 생명을 품은 결혼 선물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2018년 2월, 딸과 사위는 사랑의 결실을 맺고 부부가 되었지요.
저는 35년째 군 법당을 다니며, 장병들과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함께 준비해왔습니다. 15년간 믿음회 총무를 맡으며, 장병들과 연말 타종 행사도 함께하며 늘 인연의 끈을 이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딸이 군인과 결혼한다는 소식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 어린 시절, 여군이 되어 국방부 장관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던 기억이 떠올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인생은 참 신비합니다. 결국 제 곁에는 사위라는 이름으로 든든한 군인이 함께하게 되었으니까요.
세월은 흘러 두 사람은 결혼 7년 차 부부가 되었고, 영특한 딸아이 하나를 두고 소박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딸은 출산 이후 심한 산후 우울증을 겪으며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오랜 시간 고통 속에서도, 부부는 함께 눈물을 견디고 웃음을 찾아가며 고난을 이겨냈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사랑하는 딸과 손녀의 환한 웃음 덕분에 많은 어려움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사위는 늘 가정과 군을 동시에 지켜왔습니다. 23사단 근무 시절에는 해안에서 새벽같이 출근해야 했습니다. 힘겨운 근무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저에게 “괜찮습니다”라는 짧지만 힘 있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 말 속에 담긴 묵묵한 책임감과 따뜻한 배려가 오히려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지금도 그 순간들을 떠올리면 제 마음이 먹먹해지고, 죄송스러움이 앞서곤 합니다.
우리 사위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결혼 1주년에는 적금을 깨 소액이지만 불우한 전우들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에는 삼척 시민들을 위해 마스크를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크고 거창한 금액은 아니었지만, 나눔의 의미는 그보다 훨씬 컸습니다. 남을 위해 베푸는 그의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군인의 품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따뜻함은 손녀에게도 이어졌습니다. 일곱 살이 된 손녀는 언젠가 “머리카락을 길러 소아암 친구에게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그 약속을 지키겠다며 머리카락을 곱게 기르고 있습니다. 아이의 작은 다짐에서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닮아 있음을 느낍니다. “뿌리는 부모요, 줄기는 부부이며, 열매는 자식이다”라는 글귀처럼, 아이의 예쁜 마음은 부모의 삶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즘 저에게는 작은 걱정이 생겼습니다. 사위와 딸 부부가 체중이 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이가 마흔을 앞두고 있는 만큼 건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저는 오늘 이 지면을 빌려 사위와 딸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습니다. “건강을 지켜주세요. 지금처럼 성실하게 군인의 길을 걸으려면 무엇보다 튼튼한 몸이 필요합니다.”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도록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제게 사위는 그저 군인으로서뿐만 아니라, 더없이 따뜻한 가족이기도 합니다. 저는 16년 전 위암 수술로 위의 대부분을 절제했고, 이후 큰 수술을 몇 차례나 더 받았습니다. 저혈압과 빈혈로 인해 지금도 2년마다 수혈이 필요합니다. 그런 저에게 사위는 조용히 헌혈증을 건네며 말했습니다. “장모님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받아주세요.” 그 순간, 저는 세상에서 가장 값지고 소중한 선물을 받은 듯했습니다.
사위는 바쁜 군 생활 속에서도 주 2회 헌혈의 집을 찾아 꾸준히 헌혈을 실천해왔습니다. 지난 1년간의 나눔 끝에 그는 대한적십자로부터 은장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값진 것은 그의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사위의 헌혈증을 손에 쥐었을 때, 저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정성을 느꼈습니다.

우리 사위는 화려하거나 잘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나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야말로 가장 값진 자산입니다. 작은 나눔이 습관이 되고, 효심이 이웃 사랑으로 번져 나가듯, 그의 삶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제 저는 바람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사위를 비롯해 헌혈을 실천하는 모든 이들이, 사회를 환히 밝히는 등불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그 빛은 언젠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질 것입니다.
끝으로, 강원도 최전방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나라를 지키는 모든 국군 장병과 그 가족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웃음이 가득한 나날 속에서 보름달 같은 희망이 앞날을 환히 비추기를 소망합니다. 【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