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역사가 만난 자리, 사내초등학고 후배들을 만났다
오늘 파로호 안보전시관에는 뜻깊은 손님들이 방문했습니다. 바로 사내초등학교(교장 김은주) 5학년 2반 학생들입니다. 사내초등학교는 내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학교입니다.
그곳에서 태어나 1973년도에 그 학교를 졸업했으니, 이 어린 학생들은 내게 무려 52년 후배가 되는 셈입니다. 세월의 흐름을 되짚어 보면, 같은 지역에서 태어나고 같은 교정에서 뛰어놀았던 아이들이 이곳을 찾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큰 감동을 줍니다.
만 3년(2015년~2018년)사내면장을 역임했던 것 또한 사내면과 끈끈한 인연으로 내 사전에 기록돼 있습니다. 유독 사내면민들에게 애정과 정감이 느껴지는 이유겠습니다.
사내면은 화천읍내에서 30여km 떨어져 있어, 많은 아이들이 파로호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6·25전쟁 당시의 파로호 전투와 화천 전투에 대해서는 교과서의 짧은 기록조차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 지역 학생들에게 체감되는 역사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바로 그 점을 간파한 사내초등학교 5학년 2반 담임 박한울 선생님이 아이들을 직접 이곳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지역 아이들이 자기 고장의 역사와 희생을 이해하도록 배려한 선생님의 열정에 깊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지역 아이들을 데리고 역사 현장을 탐방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학생들의 관심을 붙잡기 위해서는 교사의 세심한 기획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화천의 6·25 전쟁사를 살아 있는 교육의 장으로 삼아 아이들을 이끌어 주신 담임 선생님의 노고는 그 어떤 칭찬으로도 부족할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약 30여 분간 파로호의 역사적 의미를 이야기했습니다. 파로호라는 이름이 지어진 배경, 그리고 6·25전쟁 당시 왜 화천 전투가 전세를 가를 만큼 중요한 전투였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아이들의 눈망울이 맑게 빛나는 것을 보며, 이 땅의 역사가 결코 책 속의 활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설명을 마친 뒤, 저는 아이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러분이 화천에 살기 때문에 좋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곧 한 학생이 망설임 없이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정답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용기에 놀라곤 합니다.
“공기가 좋기 때문입니다.”
순수한 대답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것도 정답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사실 전국에는 공기 좋은 곳이 많단다.” 이어서 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화천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면, 학비와 기숙사비를 군청에서 모두 지원해 준단다. 그러니 여러분은 오직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아이들의 반응은 의외로 차가웠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학부모들에게는 가슴 벅찬 이야기지만, 아이들의 눈에는 ‘부모님이 학비를 대주시는 것과 군이 지원하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야말로 화천군만이 가진 독창적인 교육정책입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시행된 제도이며, ‘적어도 돈이 없어서 꿈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최문순 화천군수의 철학이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이 정책은 농촌 지역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전국적 현상 속에서도 화천군만큼은 비교적 완만한 감소세를 유지하게 만든 중요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아이 한 명의 꿈을 지키는 일이 곧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최문순 화천군수가 앞장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역사와 정책 이야기를 풀어내며 저는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은 단순히 생활의 공간이 아니라, 과거의 희생과 현재의 제도가 어우러져 미래를 지탱하는 터전이라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이 오늘 경험한 짧은 역사 여행이 훗날 자신들의 삶을 돌아볼 때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랍니다.
돌아가는 버스에 오른 아이들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함께 미묘한 뿌듯함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시간이 단순한 견학이 아닌,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고장의 역사와 가능성을 새롭게 느끼게 해 준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오늘의 만남은 다시는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지역의 역사와 교육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자란 고장의 과거를 올바로 이해하고, 현재의 제도를 통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것이 어른들이 지켜야 할 의무입니다. 오늘 파로호 안보전시관에서의 작은 만남이 그 길을 열어 주었다고 믿습니다. 【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