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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의 불법 하청 근절 이유

화천군이 불법 하청 근절에 나섰습니다. 그 이유를, 필자가 목격한 한 귀촌인의 쓰라린 사례에서 먼저 찾아보겠습니다. 하청 문제는 공공사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필자의 현장 목격담

얼마 전, 강원도 어느 마을에 귀촌한 지인의 새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5억 원을 들여 지었다는 전원주택이었습니다. 그런데 집 안팎을 둘러보는 내내 뭔가 이상했습니다.

지붕 자재, 벽체 마감, 창호의 품질. 건축에 조금이라도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아무리 너그럽게 봐도 그 자재들의 시세를 합산하면 5억이라는 금액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돈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요.

돈은 어디로 흘렀나

건축주는 건축에 문외한이었습니다. 믿을 수 있는 대형 종합건설사에 전부 맡기면 안심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계약서에는 그 회사의 이름이 찍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공사는 달랐습니다. 원청은 공사를 하청 업체에 넘겼고, 그 하청은 다시 재하청. 단계마다 공사 대금에서 일정 몫이 빠져나갔습니다. 최종적으로 실제 현장에서 망치를 든 사람들에게 돌아간 돈은 처음 건축주가 낸 금액의 절반도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차액은 고스란히 자재 절감으로 메워졌습니다.

건축주는 대형 회사를 믿었지만, 정작 그 집을 지은 것은 이름도 모르는 여러 하청 업체들이었던 것입니다. 책임은 분산되고, 품질은 떨어지고, 돈이 새는 전형적인 다단계 하청의 결말이었습니다.

귀농·귀촌인이 건축 계약을 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구가 있습니다. “원청 직접시공”. 계약서에 이 조항이 없다면, 내가 맡긴 회사가 실제로 공사를 하는지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하청의 문제는 피해자가 ‘개인’ 건축주일 때도 이렇게 심각한데, 그 발주자가 ‘공공기관’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세금으로 집행된 공공 사업비가 하청을 거치며 증발한다면, 피해자는 특정 건축주가 아니라 그 지역 주민 전체가 됩니다.

불법 하청, 화천군이 움직인 이유

지난 23일, 화천군청에서 이례적인 회의가 열렸습니다. 군수와 각 부서 공무원들, 그리고 지역 건설업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2026 계약행정 운영 방침 공유 회의’였습니다. 공사를 발주하는 쪽과 공사를 받는 쪽이 같은 방향을 보기로 한 자리입니다.

회의의 핵심 메시지는 명료했습니다. “화천군이 발주하는 공사에 쓰이는 돈이, 가능하면 화천 안에서 다시 돌게 하겠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유가 급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화된 경제 여건 속에서 지역 건설업체를 보호하고, 공공 예산이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지역에서 발주한 사업의 예산이 얼마나 화천에 남아 있는가?”

불법 하청 근절 관련 회의
불법 하청 근절 관련 회의(이미지 출처-화천군청)

화천군 2026 계약행정 운영 방침의 핵심 질문

이번 방침은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됩니다. 수의계약 시 화천에 실제로 거주하는 업체를 우선 판단하고, 특정 업체에 계약이 집중되지 않도록 균형 있게 배분합니다. 서류상 주소만 화천인 업체는 현장 확인을 통해 걸러냅니다.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고, 공사비가 지역 안에서 빠르게 순환하도록 합니다. 불요불급한 하천의 경우, 하청 업체의 대금 수령 여부를 원청과 함께 점검합니다.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자재는 지역 생산품을 먼저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각 사업부서가 현장 점검을 상시 실시합니다. 이 중 앞서 소개한 사례와 가장 직결되는 것은, 하도급 관리입니다.

공공 사업에서 불법 하도급이 벌어지면, 민간 공사와 마찬가지로 단계마다 이윤이 빠지면서 실제 시공 품질은 하락하고, 지역 영세 하청 업체들은 제때 돈을 받지 못합니다. 결국 지역에 남는 것은 완공된 시설뿐이고, 경제적 온기는 타지역으로 빠져나갑니다.

이를 막기 위해 화천군은 하청 업체의 대금 수령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하도급 사슬을 감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단순히 계약서 한 장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돈이 어디까지 흘러가는지 추적하겠다는 것입니다.

‘실거주 업체’라는 기준

‘실질 거주 업체 우대’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지역 발주 공사의 혜택을 받으려면 서류상 주소지가 아니라 실제로 화천에 기반을 두고 운영하는 업체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동안은 주소지만 화천으로 올려두고 실제 사무소와 인력은 외지에 두는 이른바 ‘유령 지역 업체’가 지역 우대 혜택을 가로채는 일이 종종 벌어졌습니다. 이 조항은 그 허점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화천군은 계약 이후에도 현장 실사를 통해 실거주 여부를 사후 검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돈을 앞당겨 풀다

원칙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화천군은 예산 조기 집행을 통해 경기 부양에 속도를 내기로 했습니다. 연말에 몰아 집행하는 관행을 깨고, 주요 사업을 상반기 안에 최대한 빠르게 착수하겠다는 뜻입니다.

사창리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은 젊은 가구를 지역에 붙잡으려는 생활 인프라 투자이고, 화천형 교육캠퍼스는 학령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교육 환경 개선 사업입니다. 두 사업 모두 지역 건설업체가 직접 참여하는 공공공사인 만큼, 이번 방침의 적용 대상 1호가 됩니다.

선순환이란 무엇인가

지역 건설업체가 공공 사업을 수주하고, 하청 대금이 제때 지급되고, 지역산 자재가 쓰이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건설업체 직원들의 임금이 지역 식당과 마트에서 소비되고, 그 소비는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로 이어지고, 그 매출은 다시 지역 세수가 됩니다. 이른바 ‘선순환’입니다.

반대로 지역 발주 공사가 외지 대형 업체의 하청으로 흘러나가면? 공사는 완공되지만 경제적 온기는 지역에 남지 않습니다. 화천군이 이번에 던진 질문, “우리 예산이 얼마나 화천에 남아 있는가?”는 이 차이를 행정적으로 추적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지역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경제를 중심으로 자본이 선순환할 수 있도록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 최문순 화천군수의 말입니다.

현실적인 과제

이 방침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장 집행력이 관건입니다. 실거주 확인, 하도급 대금 추적, 자재 원산지 점검 모두 일선 공무원들의 의지가 행정력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흐지부지될 수 있습니다.

‘지역 업체 우대’가 자칫 경쟁을 막아 공사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화천군이 특정 업체 쏠림 방지와 형평성 확보를 함께 강조한 이유입니다.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업체가 독식하는 구조도 경계하겠다는 뜻입니다.

귀농·귀촌인에게 드리는 한 마디

글 서두에 소개한 귀촌인의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가 5억 원을 내고도 제값을 하지 못하는 집을 갖게 된 이유는, 계약서에 적힌 이름과 실제 시공자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전국 어디서나 벌어질 수 있는 현실입니다.

귀농·귀촌을 준비 중이라면, 건축 계약 전 반드시 챙겨야 할 한 가지가 있습니다. 계약서 어딘가에 ‘원청 직접시공’이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 네 글자가 내 집 벽체의 두께를 지키는 방어선이 됩니다.

화천군의 이번 방침은, 개인이 계약서 한 줄로 스스로를 지켜야 했던 문제를 이제 행정이 함께 막겠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