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화천군수, 에티오피아 방문 의미
지난 9월 8일, 최문순 화천군수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방문해 한국전쟁 참전용사 후손들을 격려하고 장학금을 전달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 이역만리 낯선 땅, 한반도의 자유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던 에티오피아의 젊은 영혼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은 이제 7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의 뒤안길에 잊혀 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화천군이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끈질긴 보은의 손길은, 잊힌 영웅들의 그림자 위로 따뜻한 햇살을 비추고 있습니다. 이 칼럼은 화천군의 남다른 보은이 가지는 의미와, 에티오피아의 역사가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교훈을 함께 되새기고자 합니다.
빈곤 속에서도 지켜낸 자유, 에티오피아의 참전
에티오피아는 소말리아 서쪽에 위치한, 한반도의 5배에 달하는 광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입니다. 현재 1인당 GDP는 890달러로, 세계 160위권의 빈국에 속하지만 6·25 전쟁이 발발했던 1951년 당시에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GNI)은 31달러에 불과했던 반면, 에티오피아의 GNI는 187달러로 우리보다 6배 가까이 잘 사는 나라였습니다. 그들은 자유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UN의 파병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며 ‘각뉴 부대’라 불리는 황실 근위대 6,037명의 병력을 파견했습니다. 이 중 121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을 당하며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참전은 단순한 군사적 지원을 넘어섭니다. 그들의 파병 결정은 당시 황제였던 하일레 셀라시에 1세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침략을 받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외세의 침략으로 고통받는 나라는 마땅히 도와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습니다.
그들의 희생은 대한민국 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후 에티오피아는 ‘혈맹의 나라’, ‘보은의 국가’로 불리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명예로운 수식어 뒤에는 비극적인 역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비극으로 이어진 역사, 잊힌 영웅들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는 멩기스투 중령이 주도한 쿠데타가 발생하며 황제가 폐위되고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이 거대한 역사적 격변은 6.26전쟁 참전용사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불행을 안겨주었습니다. 황실 근위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수도 아디스아바바 외곽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자유를 위해 싸웠지만, 정작 자신들의 땅에서는 자유를 박탈당한 채 가난과 싸워야만 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졌던 그들의 후손들 역시 교육의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한 채 힘겹게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에티오피아를 ‘보은의 국가’로 여기지만,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은 인색했습니다. 6.25전쟁 참전용사 후손들을 위한 지원 사업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많은 경우 행정 절차의 복잡성과 투명성 문제로 인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전달 과정에서 수혜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줄어들거나, 도움의 손길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닿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최문순 화천군수의 진심, 빛나는 보은의 실천
바로 이 지점에서 화천군의 보은은 남다른 빛을 발합니다. 화천군은 단순히 기부금을 모금하고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재원 마련부터 지급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진정성을 담았습니다. 단체 기부금과 평화의 종 타종비, 그리고 지방비를 활용하여 마련한 장학금은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오롯이 전달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그 해답은 바로 ‘직접 방문’이었습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매년 에티오피아를 직접 방문해 참전용사 후손임을 일일이 확인하고 장학금을 개별적으로 지급합니다. 이처럼 번거롭고 힘든 길을 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수많은 중간 단계를 거치며 투명성을 잃을 수 있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희망을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벌써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최문순 화천군의 이 행보는 형식적인 지원이 아닌, 진심이 담긴 보은의 실천입니다.
화천군이 지급하는 장학금은 우리에게는 미미한 금액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학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해결할 수 있는 소중한 희망의 씨앗이 됩니다. 한 학생은 장학금을 받아 의대에 진학했고, 또 다른 학생은 간호사가 되어 가난한 이웃들을 돕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화천군의 보은은 단순히 경제적 지원을 넘어, 그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미래를 향한 꿈을 꾸게 만드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역사의 교훈과 우리의 자세
에티오피아의 비극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깁니다. 왕정에서 사회주의로의 급격한 변화가 한 국가를 몰락의 길로 이끌었듯이, 역사는 한순간의 방심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보여줍니다.
최근 일부에서 제기되는 공산화 위험론은 우리가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문제들입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피와 땀으로 지켜낸 우리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경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화천군이 에티오피아에 전한 따뜻한 마음은 단순한 장학금 지원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한국전쟁 당시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던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한 진정한 감사와 존경의 표현이며, 동시에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의 희망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이 작은 지자체의 남다른 행보를 통해 ‘보은’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야 합니다. 말로만 외치는 감사가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진정한 보은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고, 과거의 영웅들과 미래의 희망을 굳건히 연결하는 끈이 될 것입니다. 최문순 화천군수의 작은 불꽃이 에티오피아의 땅에 희망의 불길로 번져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