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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에서 에티오피아로 이어진 책임 정치의 결과

지방자치의 성과는 종종 숫자로 평가됩니다. 예산 집행률, 인구 증감, 시설 확충 같은 지표가 우선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성과는 숫자 너머에서 드러납니다. 누군가의 삶이 바뀌고, 그 변화가 다시 사회로 환원되는 순간, 비로소 정책은 살아 있는 의미를 얻습니다.

화천군과 에티오피아를 잇는 작은 다리가 그러합니다. 6·25 전쟁이라는 비극의 기억을 책임으로 전환한 한 지방정부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을 12년 동안 꾸준히 이어온 한 사람의 결단은 국경과 세대를 넘어 새로운 결실을 맺었습니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에덴 윈드워슨 씨가 의과대학 교수로 임용된 소식은 그 상징적 장면입니다. 이 칼럼은 그 한 장면을 통해 지방자치의 본질과 교육 복지의 힘, 그리고 책임의 정치가 남기는 유산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1. 전쟁의 기억을 책임으로 잇는 지방정부의 선택

한국전쟁은 우리만의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당시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병해 대한민국을 도왔습니다. 그들은 먼 땅에서 피를 흘렸고, 그 대가로 남겨진 것은 전쟁의 상흔과 가난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참전의 기억은 역사책의 문장으로 희미해졌지만, 그 후손들의 삶은 여전히 오늘의 문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화천군이 시작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과거의 은혜를 현재의 책임으로 전환하겠다는 선택이었습니다.

이 사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방식입니다. 실무진에게 맡겨도 될 일을 군수가 직접 챙겼습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재임 12년 동안 거의 매년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습니다. 숙박 여건이 열악하고 이동도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그는 현장을 택했습니다.

숫자와 보고서가 아니라 사람의 눈높이에서 실상을 확인해야 정책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정치의 기본은 현장이라는 오래된 원칙을 그는 고집스럽게 지켜왔습니다.

화천에서 에티오피아로 이어진 책임 정치 관련 이미지
이미지 출처 : 화천군

2. 장학금이 바꾼 한 사람의 인생과 그 이후

에덴 윈드워슨 씨는 그 선택이 낳은 대표적 결실입니다. 그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에티오피아 명성의과대학 6년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화천군의 장학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후 수련 과정을 거쳐 마침내 내과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단순한 ‘학업 지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궤적을 바꾼 개입이었습니다. 화천군의 장학생이 의대 교수가 된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로, 앞서 이스라엘 피세하 씨 역시 교수로 임용된 바 있습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가 만든 결과입니다.

에덴 윈드워슨 교수는 임용 소식을 전한 뒤 화천을 찾았습니다. 할아버지가 피 흘려 싸웠던 땅을 다시 밟고, 화천에서 대학생과 어린이들을 만났습니다. 강연을 하고, 영어 특강을 진행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는 장학사업의 또 다른 성과입니다. 지원은 일방향이 아니라 선순환이 됩니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다시 공동체에 기여합니다. 이 선순환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복지의 핵심입니다.

3.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이라는 구호의 실체

최문순 군정의 교육 철학은 해외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화천군은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을 기치로 내걸고, 거주 대학생 학자금 전액 지원과 기숙사비 지원을 지속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실제로 이 정책의 수혜를 받은 화천 출신 청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외의 에티오피아와 국내의 화천 청년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하나입니다. 교육에 대한 신뢰입니다.

4. 작은 외교 큰 신뢰, 지방정부가 만든 국제 연대

화천군의 에티오피아 장학사업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주도한 ‘작은 외교’의 사례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진정성은 컸습니다. 이 관계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10년 넘게 이어진 약속이었습니다.

그 결과 에티오피아 현지에서도 화천이라는 이름은 ‘은혜를 잊지 않는 지역’으로 기억합니다.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국제 연대의 모델을 제시한 셈입니다.

이 장학사업을 예산 항목으로만 보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숫자로 환산하기 어렵습니다. 한 명의 교수가 배출되면, 그 교수가 가르칠 수많은 학생들이 생깁니다. 그 학생들이 다시 에티오피아 의료 수준을 끌어올립니다. 작은 투자가 큰 파급을 낳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교육 복지의 힘입니다.

5. 정치의 보람과 다음 세대를 향한 메시지

에덴 윈드워슨 씨가 교수로 임용됐다는 소식은 최문순 군수에게 남다른 의미였을 것입니다. 자녀의 성공을 넘어서는 기쁨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정치인이 정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보상입니다.

권력이나 명성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바뀌었다는 사실에서 오는 보람입니다. 12년의 군정이 단순한 행정의 연속이 아니라 가치의 축적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국가와 사회는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어떤 사회는 기념비를 세우고 끝내지만, 어떤 사회는 책임을 이어갑니다. 화천군의 선택은 후자였습니다. 참전의 기억을 살아 있는 정책으로 관리했습니다. 이는 역사에 대한 가장 성숙한 태도입니다.

이 이야기는 결국 다음 세대에게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지역사회는 당신을 잊지 않으며, 공동체는 당신의 가능성을 믿는다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받은 청년은 다시 사회를 신뢰하게 됩니다. 신뢰는 그렇게 쌓입니다.

결론

에티오피아의 한 학생이 의대 교수가 되기까지, 그리고 화천의 청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꿈을 키우기까지, 그 중심에는 일관된 선택이 있었습니다. 교육에 투자하고, 약속을 지키며,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정치였습니다.

최문순 화천군수의 12년 군정은 화려한 구호보다 묵묵한 실천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한 번의 연대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사회로 환원되는 선순환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의 진정한 힘은 바로 이런 곳에서 드러납니다. 숫자로 남지 않는 성과, 그러나 오래 남는 유산이 화천에서 시작돼 에티오피아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