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군행정동우회 신임 회장에게 바란다
지난 2026년 1월 30일, 화천군행정동우회 회장 이·취임식이 열렸습니다. 이임 회장은 장세국 전 회장이고, 신임 회장은 주재곤 회장입니다. 형식적으로 보자면 지역 사회의 한 단체가 정기적인 절차에 따라 회장을 교체한, 그저 평범한 행사였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질문 하나가 남습니다.
“과연 화천군행정동우회는 지금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가” 입니다.
솔직히 말해 봅시다. 다수의 일반 주민들은 화천군행정동우회라는 단체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조차 잘 알지 못합니다.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수십 년간 명맥을 이어온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인식 속에 이 단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단순한 홍보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합니다.
이 칼럼은 특정 인물이나 단체를 비판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화천군행정동우회라는 조직이 지금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그리고 신임 회장을 맞이한 지금 무엇을 돌아보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짚어보고자 함입니다.
1. 행정동우회라는 조직의 성격과 한계
화천군행정동우회는 일반적으로 퇴직한 공무원들이 모여 만든 친목·봉사 단체입니다. 이는 화천군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입니다.
첫째, 화천군행정동우회는 화천군에서 공직 생활을 마친 퇴직 공무원들의 모임입니다. 수십 년간 행정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며 지역을 위해 일해 온 이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역사와 경험을 지니고 있습니다.
둘째, 회원 간의 친목과 유대 강화를 중요한 목적으로 합니다. 이는 퇴직 이후 단절되기 쉬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공직 시절의 인연을 이어가는 순기능을 갖습니다.
셋째,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내세웁니다. 행정 자문, 봉사활동, 지역 현안에 대한 조언 등이 그 예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모든 목적이 ‘내부 선언’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활동이 거의 없고, 있다 하더라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습니다. 결국 행정동우회는 스스로를 위해 존재하는 단체로 비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행정동우회가 지닌 보수적 성향은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수의 회원들이 1970~80년대, 혹은 그 이전에 공직 생활을 시작한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상명하복과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오랜 세월 몸담아 온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문화가 오늘날의 사회와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2. 소통의 부재, 그들만의 리그가 된 조직
지금의 화천군행정동우회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회의는 내부에서만 이루어지고,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어떤 결론이 나왔는지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습니다.
소통과 홍보의 부재는 곧 존재감의 상실로 이어집니다. 주민들이 모르는 단체는, 주민을 위한 단체가 될 수 없습니다. 행정동우회가 마치 그림자처럼 존재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소통 부재가 의도적 침묵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괜히 알릴 필요가 있느냐”, “조용히 있는 게 낫다”는 인식은 조직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직을 고립시키는 길입니다.
이제는 집행부 차원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젊은 피를 수혈하고, 시대 변화에 맞는 방식으로 주민과 소통해야 합니다. 단순한 친목 모임을 넘어, 지역사회가 체감할 수 있는 봉사와 공헌 활동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설명해야 합니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3.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적 책임
화천군행정동우회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정치적 관여입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떠한 형태로든 특정 세력이나 후보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이는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합니다.
퇴직 공무원 단체가 정치에 개입할 경우, 주민들은 과거의 권력과 지역 정치가 은밀히 연결될 수 있다는 의심을 품게 됩니다. 이는 조직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지름길입니다.
필자가 행정동우회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 개인적 경험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필자가 저술한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회원들과 공유하자는 제안이 거부된 적이 있습니다. 익명으로 집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책 속의 주인공이 회원 중 한 명일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직자였던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모함과 술수 그리고 온갖 거짓을 동원해 부하 직원이었던 사람을 파멸시키고, 밥줄을 끊어 놓은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이는 인간으로서, 그리고 공직자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입니다. 그런 행위는 단죄의 대상이지, 침묵과 방어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행정동우회가 진정으로 존중받는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를 덮는 조직이 아니라 과거를 성찰할 줄 아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결론
화천군행정동우회는 주민을 위한 봉사 단체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퇴직 공무원의 경험과 지혜는 지역사회에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산은 개방과 소통 위에서만 빛을 발합니다.
신임 주재곤 회장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관성대로 조용히 임기를 보내는 회장이 될 것인지, 아니면 행정동우회를 주민 속으로 끌어내는 전환점의 회장이 될 것인지입니다.
행정동우회가 더 이상 그림자 같은 조직이 아니라, 주민이 존재를 알고 역할을 기대하는 단체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공직을 마친 선배 세대가 후배 세대와 지역사회에 남길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일 것입니다.【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