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인터넷 신문, 그들이 사는 방식 ①
이 칼럼은 지역 인터넷 신문 구조와 왜 그것이 문제인지 짚어보는 시리즈물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세상은 이미 인공지능(AI) 시대의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고,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 기술은 지구 전역을 촘촘히 덮고 있습니다. 정보의 생산과 소비, 전달 방식까지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지역 인터넷 신문의 생존 방식은 과연 얼마나 변화했을까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십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부 지역 인터넷 신문이 살아가는 방식, 다시 말해 그들이 형성하고 있는 ‘먹이사슬’ 구조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오랜 시간 반복되어 왔음에도, 누구 하나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왜 이러한 현상이 고착화되었을까요. 그리고 그 구조 속에서 행정과 주민, 언론은 각각 어떤 위치에 서 있는 것일까요. 이 글에서는 필자가 직접 경험한 사례를 중심으로, 지역 인터넷 신문 생태계의 문제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18년 전의 경험, 지금도 반복되는 현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필자가 화천군청 홍보계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서무계장이 깊은 한숨과 함께 “공무원 못 해 먹겠다”는 하소연을 해왔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특정 지역 인터넷 신문에서 행정정보공개 청구를 빗발치듯 쏟아내 업무가 사실상 마비될 지경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인터넷 신문이 우리 화천과 직접적인 연관이 거의 없는 외지 언론사였다는 점입니다. 지역 현안에 대한 문제 제기나 공익적 목적이 분명하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그 요구의 양과 방식은 상식을 벗어나 있었습니다.
행정정보공개제도를 본래 취지와 다르게, 일종의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필자는 직접 그 당사자를 만나 상황을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전이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녹음기를 하나 구입해 안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가 내게 던진 첫마디는 뜻밖에도 “당신, 홍보계장 몇 년 했어?”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마치 방문을 예견한 듯한 말투였습니다. 이어진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나한테 광고 하나만 줘봐. 행정정보공개 요구? 그런 거 하라고 해도 안 해.”
그리고는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1년간 인터넷 배너 광고 4회.”
당시 시세로 계산해 보니 대략 1천만 원 정도의 금액이었습니다. 노골적인 요구이자, 사실상 압박에 가까운 제안이었습니다.

홍보예산의 딜레마, 그리고 현실적 선택
군청으로 돌아와 당시 J군수에게 이 사실을 상세히 보고하며, “이건 명백한 사이비 언론 행태이니 고발하는 것이 맞습니다”라고 건의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습니다.
“언론들 다 한통속인데, 그 사람 하나 잡는다고 끝날까? 그냥 요구 들어주는 쪽으로 판단해 봐.”
이 한마디는 당시 홍보계장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홍보 예산은 늘 빠듯합니다. 그런데 특정 언론사의 요구를 한 번 들어주기 시작하면, 다른 언론사들이 벌떼처럼 몰려듭니다.
그 요구를 거절하면 또다시 각종 민원과 정보공개 청구, 부정적인 기사 암시가 이어집니다. 결국 행정은 ‘피해서 가는 길’을 택하게 됩니다. 뭐가 무서워서라기보다는, 더러워서 피하자는 심리입니다.
그러나 이 선택은 곧 주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1년에 1천만 원이면,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 몇 가구를 도울 수 있고, 장학금으로 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으며,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도 충분히 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돈은 결국, 아무런 공익적 가치도 없는 ‘입막음용 광고비’로 사라집니다.
녹음기, 그리고 멈춘 요구
고민 끝에 필자는 그 지역 인터넷 신문 언론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며칠 전 우리 둘이 나눈 이야기가 모두 녹음되어 있습니다. 필요하면 보내 드릴까요?”
눈치 빠른 그가 무슨 뜻인지 모를 리 없었습니다. 이후 그로부터 행정정보공개 요구는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의 전화도, 협박성 메시지도 없었습니다.
이 사례는 극단적인 경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형태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노골적인 압박 대신, 특정 사안을 부각시킬 것처럼 분위기를 흘리는 방식이 전개됩니다.
이처럼 일부 지역 인터넷 신문은 광고 영업이 아닌 ‘압박 영업’에 의존해 생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지역 인터넷 신문의 역할이며, 건강한 지역 언론 생태계라고 할 수 있을까요.
광고의 본질, 그리고 왜곡된 구조
광고는 본래 필요로 하는 쪽에서 요청하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 구조입니다. 언론은 신뢰와 영향력을 바탕으로 광고주에게 선택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지역 인터넷 신문은 이 구조를 거꾸로 만들었습니다. 광고를 ‘요구’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롭지 못할 것’이란 뉴앙스를 넌지시 흘립니다.
이 왜곡된 구조는 언론의 신뢰도를 스스로 갉아먹습니다. 주민들은 특정 언론에 실린 광고성 기사나 홍보성 보도를 접할 때, 자연스럽게 의심하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오랜 시간 반복되면서, 그것이 마치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점입니다. 행정은 울며 겨자 먹기로 예산을 집행하고, 언론은 이를 당연한 권리처럼 여깁니다.
그리고 주민들은 그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세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른 채 살아갑니다.
결론, 지역 언론을 살리는 힘은 주민에게 있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지역 인터넷 신문이 진정으로 살아남는 길은 압박이 아니라, 신뢰와 콘텐츠 경쟁력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체는 바로 주민입니다.
화천인사이트 독자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지역 인터넷 신문에 광고가 실렸을 경우, 단순히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지 말고, 그 배경과 맥락을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필요하다면 공개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그 구조를 투명하게 드러내 주시기 바랍니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지역 인터넷 신문에 ‘산천어축제 배너 광고’가 걸렸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게 누구를 위한 광고일까요? 인터넷이나 뉴스를 보면 산천어축제가 언제 개최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쏟아져 나옵니다. 지역 인터넷 신문의 광고를 보고 ‘산천어축제’에 대한 정보를 인지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주민의 감시와 참여는 지역 언론을 옥죄는 족쇄가 아니라,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양분입니다.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는 과정이 불편하고 어렵더라도, 그것이 쌓이면 결국 지역 사회 전체의 신뢰 자산으로 돌아옵니다.
지역 인터넷 신문이 진정한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행정의 단호한 원칙, 언론의 자정 노력, 그리고 주민의 깨어 있는 참여가 함께 맞물려야 합니다. 그 삼각 구도가 바로 설 때, 비로소 지역 언론은 ‘살아남는’ 존재가 아니라, ‘존중받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