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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보라! 레임덕을 말하기 전 알아야 할 것들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가 이제 8개월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런 시기가 찾아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레임덕(Lame Duck)’입니다. 특히 단체장이 이미 3선을 마쳤거나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것이 명확해진 경우, 그에게 쉽게 ‘레임덕’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분위기가 생기곤 합니다.

과연 이 말이 그렇게 가볍게 붙여도 되는 표현일까요? 무언가를 제대로 판단하려면, 우선 그 개념의 본래 의미부터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조금 뒤로 돌려 레임덕이란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레임덕의 정확한 의미

‘레임덕(Lame Duck)’은 원래 금융 분야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투자자나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였습니다. 이후 정치권으로 개념이 확장되면서 겉으로는 직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영향력, 추진력, 정책 실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를 말하게 되었습니다.

Lame duck

정치 분야에서의 대표적인 레임덕 상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선거에서 패배하여 잔여 임기만 채우고 있는 공직자
  • 다음 선거에 출마할 수 없거나 재선 가능성이 없어진 지도자
  • 지지율 급락, 의회와의 갈등, 스캔들 등으로 정상적인 정책 추진이 어려운 상황

즉, 직책은 남아 있지만 실질적인 권한 행사가 어려워진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레임덕’이라는 표현이 이제는 본래 의미가 약해지고, 단순히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데나 붙는 용어가 되어버렸다는 점입니다.

레임덕이라는 말이 남발되는 현실

요즘 지방자치단체장을 둘러싼 언론과 정치권, 일각의 여론을 보면 마치 레임덕이 이미 확정된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제 임기 얼마 남지 않았으니 사실상 레임덕이다.”
  • “다음 선거에 나오지 못하니 영향력이 줄었다.”
  • “정책보다 자신의 실속을 챙기려 한다.”

이런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갑니다. 정말 그럴까요? 지방행정에는 8개월이란 시간이 결코 짧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수많은 정책이 집행되고, 수십 개의 사업이 돌아가며, 지역의 미래를 위한 굵직한 결정들이 진행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단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추진되던 사업이나 정책을 갑자기 ‘레임덕의 산물’이라며 평가절하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마치 눈을 가린 채 코끼리를 만지고 코끼리가 어떤 동물인지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장님과 코끼리, 부분만 보고 전체를 오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유,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 이야기’를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 코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를 “굵은 호스 같은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 다리를 만진 사람은 “둥근 기둥 같은 동물”이라고 합니다.
  • 귀를 만진 사람은 “커다란 부채 같다”고 말합니다.
  • 상아를 만진 사람은 “굳은 뼈 같은 동물”이라고 할 것입니다.

각자의 말은 모두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코끼리 전체를 설명하는 말이 아닙니다. 부분만 만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지역에서 벌어지는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단체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부분’만을 보고, 전체 행정을 레임덕이라는 틀에 맞춰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레임덕 프레임 씌우기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어느 도시의 예) 5년 동안 준비해 온 공공복합센터 건립

이 사업은 이미 예산도 확보되고, 공청회도 끝났으며, 행정절차도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단체장의 임기가 8개월 남았다는 이유로 일부에서는 이렇게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지금 와서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 건 성과 포장 아냐?”
“임기 말에 무리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사실 그 사업은 이미 오랜 기간 전문가 검토와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진행되어 왔었습니다. 단지 임기 말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전체 과정을 폄훼하는 것이입니다.

▣ 또 다른 도시의 예) 10년 넘게 이어온 도시재생 사업

이 사업은 여러 세대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단체장의 임기와 연결시키며 비판합니다.

“레임덕 국면에서 보여주기식 마무리 아닌가?”

그러나 이것은 마치 코끼리 귀를 만진 사람이 “코끼리는 부채 같은 동물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오류입니다. 전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맥락을 받아들이지 못한 판단입니다.

레임덕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

레임덕이라는 용어는 때로는 필요한 비판 도구도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지도자가 임기 말에 추진력을 잃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실과 무관하게, 또는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레임덕’이라는 프레임이 남용되기 시작할 때 발생합니다.

레임덕이라는 단어는 본래 “정상적인 기능 상실”을 뜻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누군가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모든 행정을 레임덕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역 발전에 해가 될 뿐만 아니라, 객관적 판단을 흐리게 만듭니다.

행정은 단체장의 임기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공무원, 전문가, 행정조직, 그리고 주민들의 참여가 함께 이루어집니다. 즉, 지방행정은 연속성과 지속성이 핵심인 체계입니다.

코끼리를 보라
look at the elephant!

그러므로 ‘코끼리를 보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급한 비판도, 근거 없는 프레임 씌우기도 아닙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입니다.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라.”

  • 단체장의 임기만 볼 것이 아니라
  • 지금까지 진행된 행정의 맥락을 보고
  • 정책의 과정과 결과를 평가하며
  • 지역의 미래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레임덕이라는 단어에 지나치게 매달려 행정 전체를 왜곡해서 본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주민이고 지역입니다. 개인의 감정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정확한 사실과 전체적인 구조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레임덕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시각’

레임덕이라는 말이 남발될수록 행정은 불필요한 공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틈에서 정작 중요한 논의—지역의 미래와 지속가능한 발전—는 뒷전으로 밀리게 됩니다.

지금이야말로 ‘코끼리를 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새길 때입니다.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고, 느낌이 아니라 사실을 보고, 선입견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시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단체장의 남은 8개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그 기간 동안 지역을 위해 해야 할 일도 많고, 이미 진행 중인 장기 사업도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무시한 채 “임기 말이니 레임덕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현명한 시각이 아닙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맹목적인 의심이나 비난이 아니라 전체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 즉 코끼리를 제대로 보는 지혜입니다. 【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