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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뿌리가 돋는다, 공중취목 원리와 실천 방법

초보 귀농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는 공중취목에 대한 설명입니다. 왜 공중취목을 해야 하는지, 잇점은 무엇인지와 방법까지 자세하게 안내합니다.

여름이면, 뒷집 살구나무에 먹음직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는 걸 바라보며, 나도 저 나무 한 그루를 갖고 싶다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씨앗을 심어보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씨를 심어 키운 살구나무에서 정작 기대했던 그 달콤한 열매가 나오지 않아 실망하신 경험도 있으실 겁니다. 오늘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전통적이면서도 놀라운 원예 기술, 공중취목(空中取木)에 대해 알기 쉽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씨앗을 심으면 왜 똑같은 과일이 열리지 않을까?

많은 분들이 과일나무의 씨앗을 심으면 그 나무와 똑같은 열매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십니다. 그러나 식물학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씨앗은 암꽃과 수꽃의 유전 정보가 섞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부모 양쪽의 유전자를 반반씩 물려받은 자녀와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맛이 좋은 과일나무의 씨앗을 심어도, 자라난 나무에서는 신맛이 강하거나 떫은, 먹기 어려운 살구가 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원하는 맛과 특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나무를 얻으려면 씨앗이 아닌 다른 방법을 써야 합니다.

접목? 그러나 한계가 있다

그래서 원예 전문가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 바로 접목(接木)입니다. 접목이란 원하는 나무의 가지나 눈을 잘라다 다른 나무의 몸통, 즉 대목(臺木)에 붙여 키우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가지의 유전적 특성이 그대로 유지되므로, 같은 맛과 품질의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살구나무의 경우에는 개살구나무, 복숭아나무, 자두나무 등이 대목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접목을 하려면 반드시 대목이 되어줄 다른 나무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주변에 대목으로 쓸 수 있는 나무가 없다면, 접목이라는 방법 자체를 쓸 수가 없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공중취목입니다.

공중취목이란 무엇인가?

공중취목은 한자로는 空中取木, 즉 ‘공중에서 나무를 채취한다’는 뜻입니다. 지역에 따라 휘묻이 또는 그냥 취목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름만 들으면 생소하지만,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나무의 살아 있는 가지에 상처를 내고 그 부위에 뿌리가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잘라 분리하기 전에 이미 공중에서 뿌리를 내리게 할 수 있습니다. 뿌리가 충분히 내리면 그 부분을 잘라 새로운 화분이나 땅에 심기만 하면 됩니다.

대목도 필요 없고, 씨앗의 변이 걱정도 없습니다. 모수(母樹), 즉 원래 나무와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나무를 새로 만들 수 있는 방법입니다.

공중취목, 어떻게 하는가?

공중취목의 구체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적절한 가지를 고릅니다. 2~3년 정도 된, 새끼손가락 굵기의 건강한 가지를 하나 선택합니다. 오래된 굵은 가지는 뿌리가 내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설령 성공하더라도 수명이 짧고 활착률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햇빛을 잘 받고 병충해가 없는 싱싱한 가지를 고르는 것이 성공의 첫 번째 열쇠입니다.

둘째, 껍질을 벗겨냅니다. 선택한 가지의 중간 부분에서 3cm 정도의 구간을 정해 360도 칼로 껍질을 벗겨냅니다. 이때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겉껍질은 물론이고 그 안쪽의 속껍질, 즉 부름켜(형성층)까지 모두 제거하여 나무의 하얀 목질부(木質部)만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속껍질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거기서 조직이 재생되어 뿌리가 내리지 않을 수 있으니 꼼꼼히 제거해야 합니다. 껍질을 벗기는 이유는, 나뭇잎에서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양분이 껍질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다가 그 부위에서 막혀 축적되면서 뿌리를 형성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셋째,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껍질을 벗긴 부위를 수태(水苔)나 상토(일반 화분 흙)로 감싸줍니다. 수태는 난초를 키울 때 자주 쓰는 이끼의 일종으로, 수분 보유력이 뛰어나 뿌리 내리기에 이상적입니다.

수태나 상토로 감싼 다음, 투명한 비닐이나 잘라낸 페트병으로 전체를 덮어 고정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두 가지 있습니다. 아랫부분은 고무줄이나 노끈으로 꽉 조여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고, 윗부분은 느슨하게 묶어 위에서 물을 줄 수 있도록 열어두어야 합니다.

또한 맨 아랫부분에 작은 구멍을 몇 개 내어 물이 고여 과습이 되는 것을 방지해 주어야 합니다. 뿌리는 적당히 촉촉한 환경에서는 잘 자라지만, 물이 너무 많이 고이면 썩어버릴 수 있습니다.

넷째, 관찰하며 관리합니다. 투명한 비닐이나 페트병을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어 뿌리가 내리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은 별도로 정해진 주기가 없고, 눈으로 보아 수태가 건조해 보인다 싶으면 위쪽 열린 부분으로 조금씩 주면 됩니다.

다섯째, 분리하여 이식합니다. 시작한 지 약 1개월이 지나면 투명 비닐 안쪽에 가느다란 흰 뿌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개월 정도가 지나 뿌리가 충분히 많아지면, 이제 분리할 시간입니다.

비닐을 제거한 뒤 뿌리가 내린 바로 아랫부분 가지를 톱이나 전지가위로 잘라냅니다. 수태는 그대로 두어도 좋고, 살짝 제거해도 무방합니다. 그런 다음 화분이나 땅에 심어주면 독립된 새 나무 한 그루가 탄생합니다.

공중취목 이해도

언제 해야 가장 좋은가?

공중취목을 실시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4월부터 7월까지입니다. 이 시기는 나무가 왕성하게 생장하며 상처 부위의 조직도 활발히 반응하기 때문에 뿌리가 잘 내립니다. 4월 이전에는 나무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수액을 올리기 시작하는 시기로, 아직 뿌리를 내릴 생장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아 적합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7월 이후에 실시하면, 3개월이 지나 이식할 시점이 10월 이후가 되는데, 이때는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는 계절이라 갓 이식한 어린 나무가 동해(凍害), 즉 추위에 얼어 죽을 위험이 매우 높아집니다. 적절한 시기를 맞추는 것이 성공률을 크게 높여줍니다.

공중취목이 가능한 대상 나무는 소나무나 잣나무, 대나무 등을 제외한 모든 나무가 다 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접목은 같은 종(種)이어야 가능하지만, 취목은 모든 나무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같은 수목을 그대로 복제하는데 매우 우리합니다.

씨앗보다 빠른 개화와 결실

공중취목의 또 다른 장점은 씨앗을 심어 키운 나무보다 훨씬 빠르게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다는 점입니다. 씨앗에서 발아한 나무는 처음 결실을 맺기까지 종류에 따라 5년에서 10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중취목이나 꺾꽂이(삽목)로 만들어진 나무는 이미 어느 정도 성숙한 가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2~3년 빠르게 꽃과 열매를 볼 수 있습니다. 과일나무를 기다림 없이 빠르게 수확하고 싶은 분께 더욱 매력적인 방법입니다.

2년 전에 실시한 불두화 공중취목 나무
공중취목 결과물 불두화
위 나무를 제세히 들어다 본 장면, 50cm도 안 되는 나무에 꽃눈이 맺혔습니다.

결론

공중취목은 특별한 장비 없이도 집에서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원예 기술입니다. 비닐 한 장, 수태 조금, 노끈 몇 가닥으로 이웃집 나무와 똑같은 나무를 내 손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입니다.

물론 이웃집 나무를 활용할 경우, 못쓰는 가지를 베어내지 말고, 빌려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농촌에서는 늘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 것입니다.

씨앗을 심어 느긋하게 기다리는 방식과 달리, 눈으로 뿌리가 자라는 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는 것도 공중취목만의 특별한 재미입니다. 올해 4월에서 7월 사이, 마당이나 베란다에서 마음에 드는 나무를 하나 골라 공중취목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석 달 뒤에는 여러분만의 나무 한 그루가 새롭게 탄생해 있을 것입니다.【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