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양구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완화가 갖는 의미
강원도 접경지역(군사시설보호구역)은 오랫동안 ‘안보’라는 이름으로 특별한 희생을 감내해 왔습니다. 분단의 최전선이라는 이유만으로 토지 이용은 제한되었고, 개발은 미뤄졌으며, 주민들의 일상은 늘 보이지 않는 규제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국가안보는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특정 지역과 주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집중되어 왔던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철원과 양구 지역에서 이뤄진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및 완화 조치는 단순한 행정 변화가 아니라, 접경지역 정책의 방향 전환을 상징하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축구장 면적(7,140㎡)의 1,245배에 달하는 8,895,404㎡의 땅이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거나 완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수십 년간 묶여 있던 지역의 잠재력이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군사시설보호구역, 왜 문제였는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군사기지와 시설을 보호하고 군사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설정된 제도입니다. 취지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가 오랜 시간 변화 없이 유지되면서 지역 현실과 괴리를 키워왔다는 데 있습니다.
이미 군사적 중요성이 현저히 낮아진 지역에서도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었고, 주민들은 자신의 땅 위에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집을 고치려 해도 군과 협의를 거쳐야 했고, 작은 창고 하나를 세우는 일조차 행정 절차에 가로막혔습니다. 이러한 불편은 단순한 생활의 불편을 넘어 재산권 침해와 지역 공동화로 이어졌습니다. 젊은 세대는 떠나고, 남은 주민들은 고령화 속에서 더 큰 제약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철원, 제한에서 해제로
이번 조치로 철원군에서는 갈말읍 군탄리, 동송읍 오덕리·이평리, 철원읍 화지리 일대 622,129㎡가 기존 제한보호구역에서 해제되었습니다. 약 18만 8천 평에 달하는 이 면적은 숫자로만 보면 실감이 나지 않지만, 실제로는 지역 발전의 숨통을 틔우는 결정적인 변화입니다.
특히 이 지역은 고석정, 드르니 주상절리길 등 이미 관광 자원이 형성되어 있는 곳입니다. 그동안 관광객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이를 뒷받침할 편의시설과 체험 공간 조성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규제가 늘 발목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 문화공간, 휴식시설 등을 보다 유연하게 계획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는 단순히 관광객 수 증가에 그치지 않고, 지역 상권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주민들에게 ‘내 땅을 내 땅답게 쓸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가 회복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양구, 절차의 벽을 허물다
양구군의 변화는 또 다른 측면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양구읍 상리·하리·공리·학조리·이리·안대리·정림리, 국토정중앙면 황강리·창리·구암리·죽리 일대 8,273,275㎡, 약 250만 평이 협의업무 위탁지역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완전히 해제된 것은 아니지만, 개발행위 시 반드시 거쳐야 했던 군부대와의 개별 협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그동안 주민들은 행정 절차의 복잡함과 불확실성 때문에 개발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일반 행정 절차만으로 건축과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는 지역개발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안보와 발전, 양자택일이 아닌 공존의 길
이번 조치의 핵심은 ‘안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합리적 완화’라는 점입니다. 국방부와 군은 군사적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경계 임무에 실질적인 지장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해제와 완화를 결정했습니다.
이는 안보와 지역발전이 반드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규제를 줄임으로써 군의 경계 부담을 덜고, 지역은 활력을 되찾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안정적인 정주 여건 속에서 생활할 수 있을 때, 그 자체가 국가안보의 기반이 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국회 국방위원 한기호 의원의 절대적인 역할
이번 성과의 중심에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한기호 의원이 있습니다. 한 의원은 그동안 국가안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군사시설보호구역 완화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습니다. 지역 현실을 국회와 정부에 알리고, 군과의 협의를 끈질기게 이어온 결과가 이번 조치로 이어졌습니다.
정책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안보와 직결된 사안일수록 더 많은 검토와 설득이 필요합니다. 이번 해제와 완화는 오랜 시간 누적된 문제 제기와 협의의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민통선 조정, 또 하나의 과제
한기호 의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현재 민간인통제선 범위를 기존 10km에서 5km로 조정하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개정안도 추진 중입니다. 민통선 역시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일상적인 불편과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물론 민통선 조정 역시 신중해야 할 사안입니다. 그러나 시대 변화와 안보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합리적인 조정은 충분히 논의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괄적인 규제가 아니라, 지역별·상황별로 세밀하게 조정하는 유연성입니다.
결론
철원과 양구에서 이루어진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및 완화는 단순한 면적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접경지역 정책이 ‘통제와 제한’ 중심에서 ‘균형과 공존’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오랫동안 국가를 위해 희생을 감내해 온 지역 주민들에게 이제는 발전의 기회와 일상의 자유를 돌려줄 때입니다. 안보는 굳건히 지키되,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합니다. 이번 조치가 일회성 성과에 그치지 않고, 연차적이고 지속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한기호 의원의 말처럼, 지역발전과 주민 불편 최소화를 위한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와 완화, 그리고 민통선 조정이 차분하지만 꾸준하게 이어질 때, 접경지역은 더 이상 ‘희생의 땅’이 아닌 ‘가능성의 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변화의 시작점에 지금 우리가 서 있습니다.【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