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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호 전망대 가는 길, 3월이 빚은 겸허함

눈 내린 파로호 전망대 가는 길의 고요함은 겸허함을 가르쳐 줍니다. 이 하얀 풍경 앞에서 우리지역 정치 또한 진실과 진심이 불의를 이기는 선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입춘이 지난 지 오래입니다. 우수가 지나간 지도 열흘을 넘겼습니다. 달력은 이미 봄의 자리에 가 닿아 있고, 이틀 뒤면 경칩이라 하여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고 합니다. 세상은 분명 봄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그런데 3월 2일부터 3일까지, 화천군 화천읍에는 다시 눈이 내렸습니다. 적설량 5cm. 숫자로는 담담한 기록에 불과하지만, 그 눈은 산과 숲과 호수를 다시 겨울로 돌려놓았습니다.

파로호 전망대 가는 길은 하얀 숨결 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봄의 문턱에서 내린 눈

숲길에 첫발을 디디는 순간, 세상의 소리가 한 겹 걷혀 나가는 듯했습니다. 발밑에서 사각거리는 눈 소리만이 조심스럽게 귀를 두드렸습니다. 나뭇가지마다 소복이 내려앉은 눈은 작은 기도처럼 얌전하게 쌓여 있습니다.

마른 가지도, 휘어진 가지도, 아직 잎을 틔우지 못한 어린 나무도 차별 없이 덮어 안고 있습니다. 마치 자연이 “조금만 더 천천히 가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봄을 재촉하지 말고, 겨울을 탓하지도 말라고 말입니다.

난간 위에 내려앉은 눈은 고르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기에 더 단정했습니다. 발자국 몇 개가 길 위에 남아 있었으나, 그마저도 과장되지 않고 조용히 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숲은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침묵은 무거운 침묵이 아니라, 모든 것을 품은 침묵입니다.

파로호 전망대 가는 길

파로호 전망대에서 바라 본 잿빛 하늘

전망대에 오르자, 파로호가 넓은 품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잔잔한 수면 위로 잿빛 하늘이 고스란히 내려앉아 있습니다. 바람도 잠시 숨을 고른 듯, 물결은 거의 일지 않습니다.

건너편 산들은 눈으로 결을 이루며 겹겹이 이어져 있습니다. 능선마다 하얀 선이 그어져 있어, 마치 세월이 조심스레 써 내려간 한 편의 수묵화 같았습니다.

5cm의 눈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눈은 세상의 색을 덜어내고 본질만 남겨 두었습니다. 초록도 갈색도 옅어지고, 오직 흰빛과 먹빛만이 남아 산과 물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 단순함 속에서 오히려 깊이가 드러납니다.

사람의 말은 많을수록 흐려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색을 덜어낼수록 더 또렷해집니다. 그 앞에 서 있으니,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받는 수많은 말과 다툼이 얼마나 가벼운가를 돌아보게 됩니다.

고요가 가르쳐 주는 것

이틀 뒤면 경칩입니다. 땅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생명들이 고개를 들 준비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자연은 그 시작조차 요란하게 알리지 않습니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움직입니다.

눈 덮인 숲은 제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건넵니다. 겸허하라고 합니다. 서두르지 말라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진실한 것이 남는다고 말합니다.

눈은 모든 것을 덮지만, 감추기 위해 덮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드러내기 위해 덮습니다. 나무의 굴곡, 산의 결, 길의 방향이 더 또렷해집니다. 흰빛 속에서 거짓은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녹으면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눈은 잠시 머물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정직합니다.

파로호 전망대에서 바라 본 파로호
파로호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로호

진실과 진심이 불의를 이기는 선거를 바라며

이 고요한 풍경 앞에서 나는 자연스레 우리 지역의 시간을 떠올렸습니다. 곧 우리는 또 한 번의 선택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말이 오가고, 주장과 반박이 부딪히며, 크고 작은 소리가 뒤섞일 것입니다.

그러나 눈 내린 파로호를 바라보며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지역 정치도 이러한 자연 앞에 겸허하고 진실과 진심이 불의를 이기는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깊은 사람이 주목받기를 바랍니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말이 아니라, 지역을 일으켜 세우는 비전이 중심이 되기를 바랍니다.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긴 시간의 책임이 기준이 되기를 바랍니다.

눈은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곧 녹아 물이 되고, 그 물은 다시 파로호로 흘러들어 생명을 키울 것입니다. 그러나 눈이 내린 그 순간의 정갈함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선거 또한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누구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말과 마음을 정갈히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곧 봄은 옵니다. 눈은 사라지고, 숲은 연둣빛으로 물들 것입니다. 파로호는 은빛 물결 위에 햇살을 올려놓을 것입니다. 계절은 한 치의 어김도 없이 제 길을 갑니다.

그 자연의 순리처럼, 우리 지역의 정치도 바른 길을 찾아가기를 소망합니다. 겸허함 위에 서고, 진실과 진심이 불의를 이기는 선거가 되기를 조용히 기도합니다.

파로호 전망대에서 바라 본, 눈 내린 파로호의 고요가, 우리 마음과 우리 공동체 안에도 오래도록 머물기를 기원합니다.【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