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이슈

화천군 사례로 본 빚 없는 지방정부 어떻게 만들어지나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 지방자치단체 재정 분석에서 강원도 화천군(군수 최문순)이 도내 유일, 전국에서도 손 꼽히는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는 소식입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화천군의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10.19%입니다. 비슷한 군 단위 지자체 평균이 –1.73%, 전국 평균이 –2.5%임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이례적입니다.

적자가 구조화된 지방재정의 현실에서 두 자릿수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잘했다’는 감탄을 넘어, ‘어떻게 가능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더 주목할 대목은 화천군이 이미 2015년에 97억 원에 달하던 지방채를 전액 조기 상환했고, 이후 장기적 경기 불황 속에서도 추가 차입 없이 재정을 운영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지방정부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이유로 부채를 늘려가는 동안, 화천군은 반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빚을 내서 사업을 확장하는 대신, 사업을 줄여 빚을 없애는 길을 택했습니다.

화천군 이미지

지방재정의 유혹, 빚으로 성과를 만들다

지방자치가 정착된 이후, 많은 지자체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고 있습니다. 지자체장 임기 내 가시적 결과, 즉 대규모 건설 사업이나 축제, 상징물 조성은 꽤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업은 대개 지방채라는 형태의 미래 부담을 동반합니다. 문제는 이 부담을 결정한 사람과, 실제로 갚아야 할 사람이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화천군의 선택은 이 유혹을 거부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투자사업에 대한 엄격한 사전 검토, 세출 구조조정, 불요불급한 예산 감액은 군수 개인적으로 볼 때 결코 인기 있는 결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발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입니다. 그럼에도 최문순 화천군수가 이러한 결정이 가능했다는 것은 그의 의지뿐 아니라 조직 전체가 ‘지속 가능성’을 공감하고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아끼기’가 아니라 ‘바꾸기’의 재정

화천군 재정 운영을 단순히 ‘절약 행정’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피상적입니다. 자료를 면밀히 보면, 화천군은 단순히 지출을 줄인 것이 아니라 지출의 구조를 바꿨습니다.

모든 투자사업에 철저한 사업성 평가를 적용하고, 우선순위를 재정립했으며, 총액 한도 내에서만 추경을 편성했습니다. 이는 “돈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빌린다”는 관행에서 벗어나 “계획 안에 없으면 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의 전환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불편함을 낳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입니다. 예측 가능한 재정은 곧 안정적인 행정 서비스로 이어집니다.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각종 요금 인상이나 복지 축소에 대한 불안을 덜 수 있습니다.

세입 증가의 질(質)을 보라

화천군의 세입은 전년 대비 638억 원, 약 9% 증가했습니다. 이 수치 역시 단순히 ‘돈이 늘었다’는 차원을 넘어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입 증가는 지방교부세, 순세계잉여금, 자체 수입, 국·도비 보조금, 각종 공모사업 등 복합적인 요인의 결과입니다.

특히 공모사업을 통한 예산 확보는 행정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는 단순히 중앙정부의 지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정책 기획과 실행 능력을 통해 외부 자원을 끌어온 결과입니다.

‘빚 없는 행정’은 왜 중요한가

지방정부의 부채는 단순한 재무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약속이자 책임입니다. 오늘의 편의를 위해 내일의 부담을 떠넘기는 행정은 민주적일 수 없습니다. 화천군의 사례는 빚 없는 행정이 이상론이 아니라 현실적인 선택임을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 이는 중앙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중앙과 지방의 재정 관계에서 지방은 종종 ‘재정 약자’로 취급됩니다. 그러나 화천군은 규모가 작아도 원칙과 전략이 있다면 재정 주체로 설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재정 성과, 주민의 삶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재정 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이 주민의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의미는 반감됩니다. 이에 화천군은 재정 안정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 행복으로 얼마나 연결되고 있는지는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최문순 군수가 “지역경제를 살리고 군민들의 행복한 삶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대목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른 지자체가 화천군에서 배워야 할 것

화천군의 사례를 그대로 복제할 수는 없습니다. 지역마다 산업 구조, 인구 규모, 재정 여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배울 수 있는 원칙은 분명합니다.

  • 첫째, 빚을 당연시하지 말 것.
  • 둘째, 모든 사업에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질 것.
  • 셋째, 단기 성과보다 장기 지속성을 우선할 것.

이 세 가지 원칙은 어느 지자체에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결론, 숫자 뒤에 숨은 행정의 태도

화천군 재정 최우수 평가는 단순한 우수 사례 발표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방행정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지표입니다.

빚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며, 지출을 통제하는 일은 결국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지 않는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지방자치는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책임 있게 쓰느냐가 평가의 기준이 돼야 합니다.

화천군의 이번 성과가 일회성 뉴스로 끝나지 않고, 한국 지방재정의 새로운 기준점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이 작은 군(郡)이 전국에 던진 가장 큰 메시지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