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행정의 새 기준을 세운 한전 화천지사
이 칼럼은 한전 화천지사가 보인, 민원처리 수범사례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행정 서비스의 품질은 거창한 구호나 정책 선언이 아니라, 민원인과의 가장 평범한 접점에서 드러납니다. 한 통의 전화, 하나의 답변, 그리고 이튿날의 현장 조치. 이 세 가지 연결고리가 얼마나 빠르고 친절하며 진심 어린가에 따라 국민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거나 허물어뜨립니다.
필자는 최근 한국전력공사 화천지사(이하 한전 화천지사)를 통해 교과서에 실어도 손색없을 민원 처리 사례를 직접 경험하였습니다.
이 작은 경험이 큰 울림을 주는 까닭은, 우리 주변의 수많은 공공기관들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행정 관성과 너무나 대비되기 때문입니다. 이 칼럼은 그 경험을 나누고, 그것이 공공 민원 행정 전반에 던지는 교훈을 짚어 보고자 쓴 것입니다.
까치집 한 채가 불러온 작은 소동
이야기는 지극히 소소한 데서 시작됩니다. 봄이 무르익는 계절, 필자의 집 앞 전봇대 변압기 위에 까치 한 쌍이 둥지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까치는 영리하고 부지런한 새여서,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보기에는 정겨운 자연의 풍경이지만, 전봇대 변압기 위의 까치집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닙니다. 말라 있는 나뭇가지와 가는 철사로 얼기설기 엮인 까치집은 전기 설비와 닿거나 습기를 머금을 경우, 단선(斷線), 단락(短絡), 심하면 화재와 감전 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전봇대 조류 둥지가 원인이 된 정전 사고가 해마다 수십 건씩 보고된다고 합니다.
필자는 위험성을 인지하고 한국전력공사 고객센터(국번 없이 123)에 신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민원 접수 창구가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연결되는 탓에 기다림의 시간이 다소 길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상담원과 연결된 이후의 응대는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었습니다. 담당 여직원은 마치 자신의 집 앞 전봇대 이야기인 양 귀를 기울였고, 민원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여 한전 화천지사로 연결한다고 안내해 주었습니다.
전화 한 통이지만, 그 짧은 대화 속에 ‘이 사람이 나의 문제를 진심으로 듣고 있구나’라는 신뢰감이 생겼습니다.
2. ‘비가 와서 내일 하면 안 될까요?’, 중간 통보의 미학
신고 이튿날, 한전 화천지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오늘 비가 와서 미끄럽고 감전 우려도 있으니, 내일 조치를 취해도 괜찮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당장 시급한 상황도 아니니 무리하게 하실 필요 없다’고 답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직접 나가 확인해 보니 까치집은 말끔히 제거되어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후로는 까치가 같은 자리에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는 모습이 전혀 목격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까치를 비롯한 조류는 자신의 둥지가 철거되면 ‘누가 이기나 해 보자’는 듯 오기를 부리며 같은 자리에 반복하여 집을 짓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런 습성을 가진 까치가 이후 그 자리를 완전히 포기했다는 것은, 단순히 둥지를 제거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추가 조치가 병행되었음을 짐작케 합니다.
한전의 노하우와 현장 작업자의 성실함이 결합된 결과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경험에서 필자가 진정으로 감동받은 부분은 까치집 제거 그 자체가 아니라, ‘중간 통보’라는 행정 행위였습니다.
우리가 체감하는 일반적인 공공 민원 행정의 흐름을 생각해 봅시다. 민원을 접수하면, 담당자는 법령이 정한 처리 기간이 거의 다 찰 때쯤 결과를 통보해 옵니다.
중간에 처리 현황을 알려 주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아직 검토 중입니다’ ‘현장 확인 일정을 잡고 있습니다’ 같은 중간 연락은 민원인의 불안감과 답답함을 줄여 주는 데 엄청난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행정 창구에서는 이것을 당연한 절차로 여기지 않습니다.
한전 화천지사는 비가 오는 날씨라는 외부 변수가 발생하자, 즉각적으로 그 사실을 민원인에게 알리고 일정을 조율하였습니다. 이 단순해 보이는 행위가 사실은 민원인을 한 명의 인격으로 존중한다는 태도의 표현입니다.

3. 민원 행정의 세 가지 미덕, 친절, 신속, 소통
이번 경험을 통해 필자는 공공 민원 행정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미덕을 다시금 확인하였습니다.
첫째는 친절한 민원 응대입니다. 123 고객센터의 상담원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적극적으로 민원을 청취하였습니다. 친절함이란 단순히 상냥한 말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민원인의 말을 끝까지 듣고, 핵심을 파악하며, 적절한 다음 단계를 안내하는 것이 진정한 친절입니다. ARS 대기 시간이 길다는 점은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지만, 상담원과 연결된 이후의 응대는 그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둘째는 신속한 현장 조치입니다. 신고 다음날 중간 연락을 받고, 이튿날 조치가 완료되는 이 속도는 공공 민원 처리의 관점에서 보면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물론 한전의 업무 특성상 전기 설비 관련 민원은 신속 처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해야 하지만, 그 속도와 성의는 단순히 ‘규정을 준수했다’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입니다.
많은 기관들이 처리 기간 내 완료를 목표로 삼는 반면, 한전 화천지사는 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 내 완료를 목표로 삼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셋째는 쌍방향 소통입니다. 민원을 접수한 뒤 변수가 발생했을 때 민원인에게 먼저 연락하고 일정을 조율한 것은, 행정 기관이 민원인을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대화 상대로 본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기다리시오’가 아니라, ‘이런 사정이 생겼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는 것, 이것이 진정한 쌍방향 소통의 핵심입니다. 민원인은 소외감 대신 참여감을 느끼고, 행정 기관에 대한 신뢰를 쌓게 됩니다.
4. 강원도청과의 불편한 대조
한전 화천지사의 사례가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은, 같은 시기 필자가 경험한 강원도청의 행정 정보 공개 청구 건과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정보 공개 청구를 한 지 일주일이 다 되도록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접수 되었습니다’라는 자동 응답 문자 한 줄이 전부였습니다. 청구 내용이 처리 중인지, 어느 부서에서 담당하는지, 언제쯤 결과를 알 수 있는지, 그 무엇도 안내되지 않았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결과가 늦게 올수록 ‘비공개 또는 부분 공개’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경험칙입니다. 민원인 입장에서는 이미 짐작을 합니다.
결과가 좋을 때는 빨리 알려 주고, 결과가 달갑지 않을 때는 오래 뜸을 들입니다. 마치 깊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검토한 끝에 내린 불가피한 결론이라는 인상을 심어 주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것은 행정의 투명성과 신속성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이 부재한 데서 비롯됩니다. 법령이 정한 처리 기간의 존재 이유는 ‘기한 내에 처리하라’는 것이지, ‘기한이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통보하라’는 것이 아님을 많은 공직자들이 망각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강원도청을 특정하여 비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행태는 비단 강원도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와 국가 기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관행입니다.
민원인에게 중간 연락을 하고 소통하는 것을 ‘귀찮은 일’이나 ‘불필요한 업무’로 여기는 행정 문화, 그리고 ‘기한 내에 처리하면 된다’는 최소 기준 충족 논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 낡은 관성은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5. 공공 민원 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
행정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와 문화적 변화가 동시에 요구됩니다. 먼저 제도적 측면에서, 민원 처리 중간 경과 통보를 의무화하는 내부 규정의 정비가 필요합니다.
현행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은 처리 기간과 결과 통보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중간 통보에 관한 구체적인 의무 규정은 미흡합니다. 접수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처리 현황을 문자나 이메일로 자동 안내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더 근본적인 것은 공직자의 민원 대응 철학입니다. 민원인은 도움을 구하는 사람이지, 업무를 방해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는 국민에 대한 서비스 제공에 있습니다.
이 자명한 명제가 실제 행정 현장에서 일관되게 구현되지 못하는 이유는, 민원 대응의 질이 인사 평가나 성과 지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민원인 만족도 조사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응대 품질이 공직자의 역량 평가에 체계적으로 반영되어야 합니다.
또한 작은 칭찬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문화도 필요합니다. 이 칼럼을 쓰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그것입니다.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 것만큼, 잘된 것을 칭찬하고 모범 사례로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전 화천지사의 이번 민원 처리 사례는 전국의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특별한 예산이나 인력이 투입된 것도 아닙니다.
담당자의 마음가짐 하나, 전화 한 통의 성의가 민원인에게 얼마나 큰 신뢰를 줄 수 있는지를 이 사례는 잘 보여 줍니다.
한전 화천지사 사례에 대한 결론
전봇대 위의 까치집 하나가 이토록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킬 줄 몰랐습니다. 한전 화천지사는 민원 한 건을 처리하면서, 친절한 응대와 신속한 조치, 그리고 쌍방향 소통이라는 세 박자를 모두 갖추었습니다.
그것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의 일상적인 표준이 되는 날, 우리는 비로소 ‘국민을 위한 행정’이 구호를 넘어 현실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전 화천지사의 담당자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와 칭찬을 전합니다. 그들이 보여 준 성실함과 배려는 지역 주민 한 명의 마음속에 한국전력공사 전체에 대한 신뢰를 심어 주었습니다.
동시에, 이 칼럼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작은 거울이 되기를 바랍니다. 까치집 한 개의 교훈이 행정 문화 개선의 씨앗이 된다면, 이보다 바람직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