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안 됩니다’를 넘어선 자세
공공기관의 문턱을 넘을 때마다 “안 됩니다”라는 답변에 좌절해 본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빠르고 편리한 행정 서비스를 기대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주민은 공무원들의 경직된 태도와 불통에 아쉬움을 느끼곤 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제 경험을 회고해 보겠습니다. 2015년,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사무소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우리 시대 공무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발전되길 기대합니다.
법의 잣대인가, 민원의 시선인가
제가 2015년 사내면장으로 부임했을 때, 가장 먼저 마주했던 민원인의 목소리는 “면사무소에는 뭐 그렇게 안 되는 게 많아!”였습니다. 이 한마디는 단순한 불평을 넘어, 공공 행정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직원 교육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이내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공무원들은 ‘법’이라는 명확한 잣대를 기준으로 삼아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여깁니다.
이는 감사로부터 안전하고 민원 발생을 차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태도 속에서 융통성은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었고, 주민들은 종종 딱딱하고 냉정한 답변에 상처받습니다.
결국, 제도와 규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공무원의 숙명과 주민들의 기대를 조화시키는 것이 면장으로서 제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낡은 구호를 바꾸다
오랜 고민 끝에, 저는 면사무소 앞에 걸려 있던 구호부터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의 구호는 『정답고 소중한 이웃, 행복한 사내면』이었습니다. 과연 주민들 중 몇이나 이 구호를 보며 자신이 ‘소중하고 행복하다’고 느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주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누구와도 상의 없이, 저는 이 구호를 즉시 『사내면 공무원들은 안됩니다 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로 바꿨습니다.
다음 날 직원 회의를 소집하여 제가 생각하는 ‘안 됩니다’의 의미와 새로운 업무 방식을 설명했습니다. 핵심은 이렇습니다.

“20여 리 떨어진 산골 마을에 사는 어떤 할머니가 ‘행복일자리’ 참여를 위해 면사무소를 찾아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미 모집 기간이 끝났으니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습니다.
그러나 면전에서 ‘안 됩니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는 맙시다. 적어도 ‘모집 기간이 끝났지만 방법을 찾아보겠으니 일단은 돌아가 계세요’라고 말한 뒤, 정말로 방법을 찾아보십시오. 그리고 만약 정 해결책이 없다면 전화로 할머니께 통보하지 말고, 직접 찾아가서 ‘이번에는 어쩔 수 없지만, 다음번 모집 때 1순위로 반영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정중히 설명하고 약속하십시오.”
이 교육 요지는 직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고, 결국 한 명, 두 명 반발로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한 직원은 ‘면장이 모든 민원을 처리해라‘는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의 무게감을 그들도 분명히 느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변화의 파고와 굳건한 신념
직원들의 반발과 내부의 어려움 속에서도, 저는 제 신념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때 제게 큰 용기를 주었던 것은 군수님(최문순)의 한마디였습니다. 면사무소를 방문하셨던 군수님은 그 구호를 보곤,
“감당할 수 있겠어? 한 번 해봐!”
이 짧지만 강력한 지지는 제가 굳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물론 외부에서의 압력도 있었습니다. 얼마 후 도에서 전출 온 부군수로부터, “그 구호는 그렇게 쉽게 내걸 내용이 아니니, 당장 떼어내라”는 전화도 받았습니다.
아마도 이 변화가 군 전체로 확산되어 군청까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그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직 주민들을 위한 진정한 행정이 무엇인가에 집중했습니다.
공무원이 가져야 할 ‘안 됩니다’를 넘어선 자세
이 제 경험은 공무원들이 단순히 법과 규정을 집행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봉사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와 마인드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첫째, 공감과 이해입니다. 민원인이 왜 면사무소를 찾아왔는지, 그들의 입장은 어떠한지 먼저 헤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지침이나 절차상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삶과 직결된 어려움임을 인식할 때,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시작됩니다.
둘째,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문제 해결 능력입니다. ‘안 됩니다’로 대화의 문을 닫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현행 법규 내에서 가능한 대안을 찾거나, 상급 기관에 문의하고 관련 부서와 협의하는 등 능동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설령 현재로서는 해결이 어렵다 하더라도, 명확한 근거와 함께 차선책을 제시하거나 다음 기회를 약속하는 등의 노력이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길입니다.
셋째, 인간적인 소통과 책임감 있는 후속 처리입니다. 아무리 해결이 어렵더라도, 그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은 매우 중요합니다. 전화 한 통으로 상황을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서 설명을 드리고 다음을 기약하는 방식은 민원인에게 깊은 존중과 배려를 느끼게 합니다. 이는 단순히 업무 처리의 효율성을 넘어, 행정의 온기를 전하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결론
『사내면 공무원들은 ‘안 됩니다’ 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구호가 내걸린 후,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직원들은 민원인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고, 더 이상 공무원의 불친절에 대해 이야기하는 민원인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구호가 바뀌어서가 아니라, 이 문구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과적으로는 주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거창한 제도의 변화가 아니더라도, 작은 인식의 전환과 소통의 노력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더 많은 ‘안 됩니다’를 넘어 ‘찾아보겠습니다’를 말하는 공무원을 필요로 합니다. 경직된 행정을 넘어, 주민의 마음을 읽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며, 따뜻한 소통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공무원의 자세야말로 우리 사회의 품격을 높이는 진정한 가치가 될 것입니다.【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