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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학 회장과 화천군사회복지협의회, 소외 없는 복지를 향한 온정

아래 칼럼은 ‘연탄 한 장의 온기, 화천을 바꾸고 있다’라는 부제의 화천군사회복지협의회 나병학 회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겨울 화천군 어느 산자락 마을. 해가 지기도 전부터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치는 저녁, 낡은 양철 지붕 아래 혼자 사는 일흔 넷의 할머니는 연탄 한 장을 아끼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그 문 앞에 소리 없이 누군가 서 있었습니다. 화천군사회복지협의회의 봉사자들입니다. 그들의 손에는 연탄과 상비약 세트가 들려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문을 잡고 서서 눈물을 훔쳤습니다. 봉사자 중 한 명이 뒤늦게 전한 말은 짧고 묵직했습니다.

“할머니의 그 표정 하나가 일 년치 보람이었어요.”

이 한 장면이 화천군사회복지협의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나병학 회장이 있습니다.

■ 나병학 회장, 그는 그냥 ‘이웃’입니다

나병학 회장이 지난해 9월 임시총회에서 제8대 회장으로 선출됐을 때, 주변에서는 한결같이 ‘적임자’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가 단순히 경력이나 자격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미 오랜 시간 화천 지역사회의 이웃으로서 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화천은 특별한 땅입니다. 강원도 최북단에 위치한 접경지역으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고령화 지역이기도 합니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들이 남았습니다.

산간 오지에 혼자 사는 어르신들, 산마루를 너머 외딴 마을에서 한겨울을 버티는 가구들. 이 땅의 복지는 도시의 그것과 다른 결을 가져야 했습니다. 서류와 제도만으로는 닿지 않는 곳이 많았습니다.

나 회장은 취임 후 첫 번째 회의에서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우리가 먼저 찾아가지 않으면, 아무도 오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면, 우리가 한 발 더 움직여야 합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2025년 협의회의 모든 활동을 관통하는 원칙이 됐습니다. “우리가 먼저 찾아가지 않으면, 아무도 오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화천군사회복지협의회 나병학 회장
화천군사회복지협의회 나병학 회장

■ 사계절을 뛰어다닌 사람들

2025년 화천군사회복지협의회의 한 해를 들여다보면, 쉬는 계절이 없었습니다. 봄에는 설맞이 생필품 나눔을 시작으로, 홀로 사는 어르신들과 저소득 가구를 직접 방문해 쌀과 생필품을 전달했습니다. 이 작업은 단순한 배달이 아닙니다. 방문 과정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가구를 새롭게 발굴하고, 필요한 서비스로 연결하는 스크리닝(screening) 역할도 겸했습니다.

여름이 오자, 화천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산천어 축제로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이 도시에서, 봉사자들은 축제장 정화 활동에 나섰습니다. 묵묵히 쓰레기를 줍는 손길들. 지역의 자랑스러운 행사가 더 빛날 수 있도록 뒤에서 받쳐주는 것도 복지협의회의 몫이었습니다.

같은 여름, 협의회는 강원공동모금회의 지원을 이끌어내 저소득 155가구에 선풍기, 쿨 매트, 음료 등 여름나기 물품을 전달했습니다. 한 봉사자는 배달을 마치고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선풍기를 받으시고는, 평생 이런 선물 받아본 적 없다고 하셨어요. 그 말이 며칠 동안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가을에는 ‘좋은이웃들’ 캠페인이 본격 가동됐습니다. 공식 수급 기준에서 벗어나 있지만 실제로는 어려움에 처한 복지 사각지대 주민들을 지역 이웃, 이장, 봉사자들이 직접 발굴해 신고하는 민간 주도형 네트워크입니다. 협의회는 이 캠페인을 위한 홍보 물품을 제작·배포하고, 접수된 사례마다 담당자를 연결해 실질적인 도움이 이루어지도록 조율했습니다.

그리고 겨울. ‘사랑의 연탄나눔’이 시작됐습니다. 이 사업이 단순한 연료 지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건 현장에 다녀온 뒤였습니다. 연탄을 이고 좁은 언덕을 올라가 어르신의 집 앞에 내려놓는 순간, 봉사자와 수혜자 사이에는 어떤 말도 필요 없는 교감이 생겨납니다. 이 지역에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연료보다 더 뜨거운 온기일지도 모릅니다.

“연탄 한 장이 불씨가 아닙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한다는 증거입니다.”

■ 혼자서는 못 한다, 연대와 협약의 철학

나병학 회장이 취임 후 가장 공을 들인 부분 중 하나는 ‘혼자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복지는 협의회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협의회는 화천군새마을지회, 화천군자원봉사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지역 내 복지 네트워크를 한층 두텁게 짰습니다. 기존에도 협력 관계는 있었지만, 협약을 통해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정기적인 소통 창구를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한 기관에서 발굴한 도움이 필요한 가구가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으로 신속하게 연결되는 체계가 갖춰졌습니다. 민간 기업과의 협력도 활발히 이뤄졌습니다.

파리바게뜨는 빵과 식품을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협약을 맺었습니다. 작은 빵 하나가 독거노인의 아침 식사가 되는 일상이 생겨났습니다. 나눔 문화는 거창한 행사나 모금 캠페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가게 문을 열면서 ‘오늘도 이웃을 생각하는’ 습관이 쌓일 때 비로소 지역의 결이 바뀝니다. 협의회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과 중 하나는 한국수력원자력 공모 사업 선정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이 사업을 통해 협의회는 화천푸드뱅크 전용 냉동탑차를 지원받았습니다.

냉동탑차 한 대가 왜 의미 있을까요! 이전까지 식품 지원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신선도 유지였습니다. 여름철 유통 기한이 촉박한 식품이나 냉동 단백질 식품은 배송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탑차가 생기자, 더 많은 가구에, 더 다양한 식품이, 더 안전하게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장비 하나가 수십 가구의 식탁을 바꾼 것입니다.

“나눔은 마음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체계가 있어야 지속됩니다.”

■ 건강이 먼저다, 화천군사회복지협의회 모토

2025년, 협의회는 지역 주민 수백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건강검진을 실시했습니다. 내과, 치과, 안과 등 기본 검진 항목을 포함한 이 사업은 지역 의료 자원과 협의회의 행정력이 결합한 결과였습니다. 검진 결과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9명에게는 의료비를 직접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검진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내 나이에 이런 검사를 받아볼 줄은 몰랐어요. 아무도 내 건강을 신경 써준 적이 없었는데.” 이 말 한마디가 협의회가 먼 곳까지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한국전력 강원본부의 후원으로 진행된 저소득 노인 가구 상비약 세트 전달 사업도 조용한 감동을 남겼습니다. 두통약, 소화제, 파스, 소독약이 담긴 소박한 세트. 그러나 응급 상황에서 가까운 약국조차 없는 어르신들에게 이 세트는 안심 그 자체였습니다. “이제 밤에 배 아파도 덜 겁나요”라는 말이 현장 봉사자에게 전해졌습니다.

■ 화천군사회복지협의회는?

사회복지협의회는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에 근거해 설치된 법정 단체입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행정이 미처 닿지 못하는 영역을 민간의 역량으로 채우고, 지역 사회의 다양한 복지 자원을 연결·조정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쉽게 말하면 ‘복지의 다리’입니다. 수급자를 직접 선정하거나 행정 처분을 내리는 권한은 없지만, 제도와 사람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일을 합니다. 민간 기업의 후원금과 물품을 받아 실제 필요한 가구로 전달하고, 봉사자들을 조직하고 교육하며, 지역 내 복지 기관들이 중복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조율합니다.

또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공식 빈곤층’을 발굴해 공공 서비스로 연결하는 창구 역할도 합니다. 화천처럼 인구가 적고 지리적으로 분산된 지역일수록, 협의회의 역할은 더 큽니다. 주민 한 명 한 명의 사정을 아는 ‘이웃’이 복지 시스템의 일부로 기능할 때, 그 도시의 복지는 비로소 살아있게 됩니다. 나병학 회장이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복지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

“복지는 숫자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기억할 때 완성됩니다.”

화천군사회복지협의회 봉사활동 이미지

■ 2026년, 협의회가 향하는 곳

나병학 회장은 새해를 맞아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난해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는 더 촘촘하게, 더 깊이 들어가겠습니다.”

2026년 협의회의 화두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일회성 지원이 아닌, 주민 스스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새로운 후원 기업과의 협약을 늘리고, 봉사자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다듬겠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나 회장은 ‘청년 봉사자’ 유입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고령화가 심각한 화천에서 복지 현장의 주역도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지역에 남은 젊은이들, 군부대의 장병들, 학교와 연계한 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복지 참여의 연령대를 넓히겠다는 구상입니다.

‘함께 나눈 마음, 함께 여는 내일.’ 협의회의 슬로건이 단지 구호가 아님을, 화천의 이웃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연탄을 받은 할머니도, 여름 물품을 받고 눈물짓던 할아버지도,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은 어르신도 — 그들 모두가 그것을 몸으로 느꼈습니다.【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