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한 번 스쳐 가는 곳인가, ‘화천곰신’이 던지는 질문
지금 제작 중인 화천곰신 카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화천이란 지역이 그냥 스쳐가는 곳인지 아니면 마음이 머물 곳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했습니다.
파로호 안보전시관에서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안보 강연을 진행하던 중 문득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이곳 화천은 이들에게 그저 복무 기간 동안 머물다 가는 공간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될 수는 없을까.’
군복을 입은 청년들의 눈빛을 바라보며 든 이 생각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지역과 군이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서 하나의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바로 ‘곰신카페’였습니다.
① | 곰신카페가 보여 준 관계의 힘
곰신카페란 군대에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연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온라인 공간입니다. ‘고무신’을 줄여 부르는 말에서 시작된 이 카페는 20여년의 세월을 거치며 단순한 커뮤니티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회원 수만 60만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 공간의 힘은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기다림을 함께 견디는 사람들의 연대감에 있었습니다. 입대 준비, 면회 방법, 휴가 일정, 군 생활의 사소한 걱정까지,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질문에 누군가는 경험을 나누며 답을 건넸습니다. 그렇게 카페는 군 복무라는 시간을 버티게 해 주는 정서적 지지대가 되었습니다.
② | 화천, 주민보다 군인이 많은 지역
화천에는 현재 2개 사단과 군단 예하 부대들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계산해도 현역 장병 수만 약 2만 명에 이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군민 수보다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에 이 장병들을 걱정하고 응원하는 부모, 연인, 친구, 형제자매까지 포함한다면, 화천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구는 5만 명을 훌쩍 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공간, 화천이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의외로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화천에 복무하는 군인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③ | ‘화천곰신’이라는 작은 실험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화천곰신(hgomsin)’입니다. 이미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원조 곰신카페와 달리, 화천곰신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보다 한적하고 밀도 있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질문 하나하나에 답이 달리고, 정보 하나하나가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공간 말입니다.
이 아이디어가 결코 뜬금없는 발상이 아닌 이유는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 화천군청에 공식 홈페이지조차 없던 시절, 개인적으로 제작한 홈페이지가 사실상 기관의 역할을 대신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개인이 홈페이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고, 그 결과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스포츠서울에 이어 경향신문에서는 지면 한 면 전체를 할애해 나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큰 반응을 얻었던 메뉴는 다름 아닌 ‘면회객 안내’ 게시판이었습니다. 단순한 게시판 하나였지만 하루 평균 150건이 넘는 문의가 이어졌고, 퇴근 후 밤 12시가 넘도록 답글을 달아야 했습니다.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컸던 것은 누군가에게 실제 도움이 되고 있다는 보람이었습니다.

④ | 26년 만의 재도전, 더 좋아진 환경
그로부터 26년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지 않아도 몇 번의 클릭만으로 카페와 블로그를 개설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인터넷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고, 정보는 빠르게 공유됩니다.
이제 다시 한 번 시도해 보려 합니다. 화천에서 군 복무를 하는 용사들과 그 가족, 연인들의 구심점을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군 생활 정보, 면회와 외출 안내, 화천 지역 소식, 따뜻한 응원의 말 한마디가 오가는 공간을 통해 ‘화천에서의 군 생활’을 조금 더 따뜻한 기억으로 남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결론 | 군과 지역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을 향해
‘화천곰신’은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다만 군인과 지역, 그리고 사람을 잇는 작은 다리이고자 합니다. 이 작은 시도가 침체된 화천읍과 간동면, 하남면, 상서면, 사내면의 상권에 조금이나마 온기를 더하고, 화천이라는 이름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카페 주소는 https://cafe.naver.com/hgomsin입니다. 한 번쯤 들러 주시고, 필요한 메뉴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기탄없이 의견을 나눠 주시길 바랍니다. 이 공간은 운영자 혼자의 것이 아니라, 화천과 용사들을 사랑하는 모두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화천인사이트 발행인, Publisher@hwacheonin.com】